‘성모마음’ 의사-심리치료사들, 2년째 초중교 찾아 치유수업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를 상대로 치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정국 성모마음정신과의원·한의원 원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화를 구연하듯 친근한 말투로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들은 서울 중랑구에서 정신과의원과 한의원, 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성모마음’의 의사와 심리치료 전문가, 자원봉사자들이다. 성모마음정신과의원·한의원 이정국 원장(45)은 왕따 치료 프로그램을 상담실에서 ‘교실 현장’으로 끌어내야 효과적이라는 생각으로 지난해 비영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음 쌤 프로그램과 별개로 ‘성모마음행복학교’라는 위탁형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상담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명씩 따로 불러 일대일로 대화하는 일반적인 집단따돌림 상담과 달리 마음 쌤 프로그램은 가해·피해 학생뿐 아니라 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관 학생’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10∼12주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수업마다 정신과 전문의뿐 아니라 놀이 치료, 음악 치료, 미술 치료 등 다양한 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동참한다.
피해 및 가해 학생을 한자리에 놓고 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이 원장은 “어떤 학생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치료하면 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왕따 문제는 학급 구조 자체를 바꿔야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따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의 폭력뿐 아니라 수많은 친구가 ‘방관’하는 모습에 더 큰 모욕감을 느끼고 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기에 이 학생들 모두가 치료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음 쌤 프로그램에서는 방관 학생들 중 일부를 ‘서포터스’로 지정해 반 친구들의 행동과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하반기 서울시내 6개 학급에서 석 달간 진행한 ‘마음 쌤 프로그램’을 마친 뒤 아이들은 놀랄 만큼 변했다. 교직 생활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담임선생님도 힘겨워했던 박모 군(8)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유명한 3형제의 막내인 박 군은 친구들이 칭찬받는 모습을 견디지 못해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둘렀다. 선생님이 제지할 때에도 욕을 퍼붓는 박 군을 대부분의 친구들은 무서워하며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 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박 군의 반은 조금씩 달라졌다. 박 군이 여전히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이긴 했지만 방관 학생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렸고, 피해 학생도 박 군에게 “네가 날 때렸지만 용서할게”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프로그램 막바지인 9주 차 ‘사과와 용서, 격려하기’ 수업에서 박 군은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다가가 “그동안 제가 괴롭혀서 힘들었죠”라며 사과해 선생님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 원장은 “왕따 해결은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선생님들에게 모두 떠넘기는 대신, 학교 밖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5곳, 중학교 1곳에서 진행한 마음 쌤 프로그램은 올해는 상·하반기를 합쳐 총 15개 학급에서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