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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탐방/전북대]전북대 “10년간 1000억원 투입 농생명 연구 메카로 만든다”

입력 | 2016-05-17 03:00:00


전북대가 농생명 분야 연구역량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전북대 학생들이 농생명 분야에 널리 활용될 미생물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1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23일 아프리카 우간다에 간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과 연계해 개발도상국 농업·농촌 지도자를 양성해 달라는 우간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대는 우간다 마케레레대 축산·수의대 졸업생들을 한국에 데려와 아프리카 농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2 LED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와 LED식물공장 등 세계 최고 수준의 LED 농생명 분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전북대는 4월 베트남에 LED 농생명 선진 기술을 전파했다. 국립 호찌민대에 발광다이오드(LED) 빛만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속성 재배할 수 있는 조직배양실과 식물재배실을 설치하고 연구진을 보내 화훼, 열대식물 등 동남아 수출주도형 고부가가치 작물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전북대 농생명 연구 분야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이고 기술이전까지 개발도상국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전북대가 농생명 분야에서 탄탄한 연구력과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전북대는 LED융합기술연구센터와 아시아 최초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 가금류질병방제연구센터, 농축산용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등 농생명 분야의 국가 주요 사업을 이끌고 있다. 종자와 미생물, 천연신약 연구 등이 중심이 되는 전북연구개발특구도 전북대 연구진이 선도하고 있다. 이남호 총장은 “향후 10년간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전북대를 대한민국 농생명 연구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인공 장기, 고기능 치료제 개발 ‘꿈이 아니다’

전북대 동물분야유전육종사업단은 세계 최초로 인간과 매우 유사한 돼지 유전체 지도를 완성해 인간 대체 장기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2012년 게재됐다.

곤충으로부터 고기능 항생물질을 분리하고 치료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는 ㈜이지함화장품과 기술이전을 통해 지난해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사업단은 지난해까지 SCI급 논문 452편, 특허 출원 및 등록 229건, 기술이전 56건, 기능성 물질·소재 개발 20건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신약 물질이 담긴 계란을 낳는 닭 생산’과 ‘곤충에서 신약 및 기능성 화장품 소재를 발굴하는 기술’도 전북대 동물분야유전육종사업단이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이다. 사업단은 2020년까지 700억 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바이오그린 21사업’에 선정돼 한우나 돼지 등 경제 가축의 분자 육종 실용화를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수요 증가와 항생제 사료 첨가 금지 등으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미생물 농생명 분야도 전북대가 앞서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280억 원 규모의 농축산용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를 유치해 농생명 융합거점지구로 지정된 정읍 첨단과학산업단지 안에 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 센터는 미생물 농약이나 비료, 사료 첨가제, 동물용 의약품, 미생물 환경개선제 개발에 나서게 된다.

○AI 등 가금류 질병 정복 선포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금류를 사육하고, 육가공 국내 1, 2위 기업이 있을 만큼 국내 가금 산업의 메카다. 그런 만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자주 발생하고 그에 따른 농가 피해도 막대하다.

전북대는 11일 수의대가 위치한 익산 특성화캠퍼스에 가금류질병방제연구센터를 열고 가금류 질병 정복을 선포했다. 센터는 농식품부 등으로부터 7년간 154억 원을 지원받아 가금류 질병에 대한 체계적 관리,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 동물의약품, 친환경 소독제 등 신약 개발에 나선다. 또 최신 진단기술 및 치료기술부터 방역활동 분야까지 이론과 실무 역량을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한다. 전북대는 이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 동물백신 등 신약개발 연구에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대의 우수한 기술력은 전북연구개발특구의 활성화도 견인하고 있다. 대기업인 코오롱FM의 투자 유치를 받아 나노섬유 대량생산에 나선 나노포라는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물량을 확보했고, 암을 치료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카이바이오텍은 지난해 미래부 투자연계형 R&D 지원과 외부 기관 투자를 유치해 큰 성과가 기대된다.

농업 등에 이용될 무인비행체(드론)를 생산하는 ㈜신드론도 영농조합법인 등 매출처를 확보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두 전북대의 농생명 분야 연구력이 응집돼 있는 연구소기업으로 지역의 기술기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전북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해 있다.

○농생명 분야에서도 ‘모험생’ 키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스펙을 넘어 자신만의 스토리와 문제해결능력, 타 문화 포용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다.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을 기르자’는 구호를 내건 전북대는 농생명 분야에서도 이러한 인재를 찾아 육성한다.

전북대는 정부의 영농창업특성화사업을 통해 첨단과학 영농기술을 보유한 청년 창업농 육성에 나선다.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농생명 분야에도 새로운 창업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전북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추진되고 전북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 등 농업 관련 공공기관이 이전한 것도 좋은 기회다.

전북대는 9월부터 학생들이 농축산 분야에서 유망하고 안정적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축산 경영 및 원예작물 재배 특성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체험과 실습 위주의 비교과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농축산 분야로의 조기 진로 선택과 원예나 축산 경영으로의 창업 능력 함양을 위해 벤처창업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10개의 창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비교과 중점관리… 모험생으로 키우겠다”▼

이남호 총장 “다양한 경험 중요”

 

전북대는 대학 교육 관계자와 기업으로부터 수년 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대학으로 꼽힌다.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에서 국내 톱10에 뽑혔고 3월 발표된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수의학과 치의학 분야가 세계 100위권에 들었다. 8개의 정부 주요 재정지원사업에 모두 선정된 유일한 대학이다. 3월에 인문역량강화사업(CORE사업)에도 선정돼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확보했다.

이남호 총장(사진)은 “그동안의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으로’ 기르자”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학생들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통합경력시스템인 ‘뉴 실크로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강의실과 책에서 배우는 지식을 넘어 다양한 경험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르도록 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과 타 문화 포용력을 익히고 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모든 학생이 일정 기간 기숙사에 거주하는 ‘레지덴셜칼리지(거주형 대학)’와 졸업할 때까지 최소 한 학기 이상 다른 나라나 특정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해당 지역의 언어나 문화까지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프캠퍼스(Off Campus)’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 대륙 6000km를 자전거로 횡단하거나 세계적 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코스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한 학생,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학생 등 이른바 ‘모험생’들이 화수분처럼 등장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인데 ….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전주의 대표 대학이다. 확보한 300억 원으로 국제컨벤션센터와 정문 겸 학생시민교류센터를 한옥 스타일로 신축하고 옛 정문 주변에 한옥타운도 세운다. 정문에서 덕진공원, 건지산으로 이어지는 11.4km의 캠퍼스 둘레길을 걷고 싶은 명품길로 만들어 학교의 랜드마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는 것”이라며 “전북대 학생뿐 아니라 모든 청년이 항구를 장식하는 배가 아닌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