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검 속초지청은 강원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화가 A 씨(60)가 조 씨의 그림 300여 점을 8년간 대신 그렸고, 그 작품들이 고가에 판매됐다는 의혹을 제보함에 따라 조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A 씨가 조 씨의 그림을 몇 개나 어느 정도까지 그렸는지, 실제 이 작품이 판매됐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속초지청 관계자는 “A 씨가 그린 그림을 조 씨의 작품으로 비싸게 판매됐다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A 씨 자신도 어떤 그림이 얼마에 팔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A 씨와 조 씨에 대한 소환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씨 측은 그림을 의뢰한 것은 맞지만 A 씨는 자신의 조수로서 지시한 것을 그려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조 씨는 “오리지널 그림을 찍어서 A 씨에게 보내면 똑같이 그려서 다시 보내주고 내가 손을 봐서 사인을 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는 A 씨에게 그림 1장당 10만~20만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그림이 “1000만 원, 2000만 원 정도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A 씨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현지에서 활동하다 2008년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1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갤러리 U.H.M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 씨의 ‘조영남 그림 그리다’전은 전격 연기됐다. U.H.M 관계자는 “대작 의혹 문제가 터져 전시를 연기하기로 하고 그림은 일단 다 내려놓은 상태”라며 “추후 전시 일정은 경과를 지켜보며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이인모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