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틀은 국내 해운업계의 ‘운명의 48시간’이 될 전망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용선료(배를 빌려 쓰는 비용) 인하 협상과 채무조정 관련 일정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용선료나 채무 재조정 중 하나라도 무산된다면 해당 선사는 사실상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어 두 회사에게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17일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협약채권 일부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채권단협의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각 채권은행들은 24일까지 동의 여부를 결정해 산은에 제출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총 7000억 원의 출자전환 방안을 마련했다. 신용보증기금 등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 8000억 원 중 50%인 4000억 원과 일반 협약채권 5000억 가운데 60%인 3000억 원을 합한 액수다.
18일에는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서울 모처에서 주요 해외 선주 5곳과 용선료 협상 ‘담판’을 벌인다. 이번에 현대상선과 협상하는 해외선주들은 그리스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영국 조디악과 CCC,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주들로부터 5~13척의 배를 빌려 쓰고 있다.
이들 선주들은 대부분 용선료 인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이날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용선료 인하를 거부해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받을 경우 용선료를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장 18일 최종 결론을 내기 보다는 선사들이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궁금한 것에 대해 채권단과 묻고 답하기 위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각 선사별로 용선료 인하율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뤄질 출자전환 규모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첫 사채권자 집회가 예정돼 있다. 3년 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8억 원의 조기상환청구 대금 지급일을 이달 23일에서 4개월간 늦추기 위한 것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향후 이어질 사채권자집회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당 BW 투자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16일(현지시간) “한진해운이 캐나다계 선주사인 ‘시스팬’에 용선료 30% 인하를 요구했지만 곧바로 거절당했다”고 보도하는 등 한진해운도 용선료 협상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김철중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