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야권, 광주 5·18 전야제 총출동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광주에 총출동했다.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 불허 결정 논란 와중에 17일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는 두 야당의 ‘야성(野性)’ 각축장이 됐다. 4·13총선 직전 광주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던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참석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 동구 민주광장에서 열린 전야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3당 원내대표들과 맺은 첫 약속을 어겼다”며 “내일 ‘임을…’ 제창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합창이 진행될 때 다같이 일어나 스스로 제창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 당선자 38명 가운데 30명이 참석한 국민의당은 ‘임을…’을 완창할 수 있도록 ‘사전 교습’까지 했다고 한다. 더민주당은 당선자 123명 중 32명이 참석했다. 양당은 행사 막바지인 오후 10시경까지 행사장을 지켰다.
하지만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도착하자마자 정치인 대열과 떨어져 5·18단체장 등이 위치한 앞 열에 자리를 잡았다. 더민주당 우 원내대표 측이 문 전 대표 측근을 통해 함께 앉을 것을 여러 차례 권했지만 문 전 대표는 거절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가 정치인 대열에 서지 않으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의 5개월여 만의 조우는 불발됐다.
지난해 전야제에서는 시민들로부터 야유를 받으며 불청객 취급을 받았던 문 전 대표는 이날 행진 도중 “박근혜 정권과 열심히 싸우고 계신 분”이라는 행사 관계자의 소개에 일부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장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지지자가 몰린 안 대표의 인기에는 못 미쳤다.
문 전 대표는 전야제에 앞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PK(부산경남) 지역과 광주 지역 낙선자들을 연이어 만나 만찬을 함께했다. 당 일각에선 “더민주당이 호남에선 참패했지만 전국에서 승리한 점은 문 전 대표의 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친문(친문재인) 측 주장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전야제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지만 18일 기념식 본행사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본행사장에는 야권 전·현직 지도부 3인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의 대권 잠룡들이 대부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전야제 첫 행사와 끝 행사로 광주지역 노래패 회원 21명이 ‘임을…’을 부르고, 시민들은 손을 쥐고 흔들며 제창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남편을 잃은 윤삼례 씨(73)는 “정부가 제창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18일 기념식에서도 시민 모두가 목청껏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광주는 이날 저녁 추모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는 올 1월부터 이날까지 총 30만3845명이 참배했다.
광주=차길호 기자 kilo@donga.com·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