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음악속 저항문화를 찾아서… <하> 대량 소비되는 ‘반골’들 셔츠… ‘저항’마저 자본의 포로 됐나
청춘들이 뽑은 저항의 아이콘 1위는 가수 지드래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래퍼 블랙넛, 그룹 빅뱅, 방송인 유병재가 뒤를 이었다(표 참조). 상위권을 점한 것은 대개 아이돌 아니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이들. 이 밖에 유아인, 블락비, 도끼, 저스틴 비버, 일간베스트, 아이콘, 악동뮤지션, 싸이, 혁오, 버스커버스커…? 우린 새삼 국어사전을 다시 들췄다.(저항: 명사. 1.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
두 요원은 어이없어 하다 ‘꼰대’ 취급을 당했다.
“서태지 때도 기성세대는 ‘뭐 저딴 애가 문화대통령이냐’고 하지 않았나요? 서태지나 방탄이나 우리가 보기엔 별 차이 없어요. 자기 노래 작사, 작곡하고 패션 리더로 트렌드 앞서가요. 서태지 나왔을 때 그룹 들국화 얘기하면서 ‘요즘 애들이란…’이라며 혀 차던 386세대랑 똑같네요.”(10대 김정석 군)
허한 마음을 달래려 저항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줄 사람들을 찾았다. 20년 가까이 인디 음악계를 지킨 이들. 서울 상수역에서 록 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와 힙합 그룹 가리온의 MC메타를 만났다. 둘에게 설문 결과를 들이밀었다. “아이돌은 ‘울타리’ 안에 있는 셈인데, 저항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게 재밌네요.”(이성수)
○ 하위문화, 반문화, 포스트 하위문화
이론적 보강이 필요했다. 저항문화에 관해 연구해온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국제문화연구학과 HK교수를 찾았다.
“하위문화(subculture)와 반문화(counterculture)가 서로 다릅니다. 속칭 저항문화는 하위문화에 가까워요. 10대, 노동계급 등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렷한 의식이 있다기보다 그냥 체제가 싫은 것이 강화된 것. 즉, 저항이 아니라 반항에 가깝죠. 반면 반문화엔 이를테면 히피문화가 속해요. 정치적·이념적 저항이 있는 겁니다.”
두 요원이 찾던 저항문화는 하위문화에 가까웠다. 하위문화는 대중문화와 밀접하다. 쉽게 상업화된다. 반문화는 주로 아방가르드 같은 고급문화로 흡수됐다. 이런 하위문화, 반문화에 진정성이 있다는 사회적 담론이 ‘반문화 진정성’이다. 상업문화 안에 있되 자기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문화적 실천을 하는 것. 요즘은 이런 ‘포스트 하위문화’가 대세다. 저항문화, 이제는 촌스러워진 걸까.
“관객이 10명도 안 되는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 분노하는 것이 저항일까, 아니면 주류시장 안에서 자기를 표현하며 힘을 획득하는 것이 저항일까.”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이 중얼거렸다.
체 게바라의 초상이 대량 생산되는 현실. 돌아보니 미니스커트, 장발, 비키니, 록, 힙합, 서태지…. 다 잘 팔렸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에서 남과 다른 뭔가를 추구하는 욕구를 저항문화가 충족시켜 왔다는 것이죠. 소비적 자본주의 질서에 항거하는 반문화가 도리어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을 반영한다는 역설입니다.” ‘혁명을 팝니다’의 저자 조지프 히스, 앤드루 포터의 주장이다.
해답을 찾지 못한 두 요원, 본부 인근 음반가게로 향했다. 진열대에서 둘의 손끝은 너바나, 밥 말리,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을 지나 미끄러졌고 끝내 AOA와 I.O.I에 닿아 멈췄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