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에티켓
1877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후 음악을 녹음하고 생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직접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 콩쿠르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직접 공연장을 찾아가서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습니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연주회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연습한 연주자들의 표정과 작은 몸짓까지 함께 느끼고 싶은 것이지요. 실제로 같은 연주자의 같은 곡이라 하더라도 컨디션과 연주회장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음악의 큰 매력이기도 하고요. 또한 연주회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오디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대에서 연주자가 연주하면 그 소리가 직접 청중의 귀에 와 닿는 것이 아니라, 음향학적으로 잘 설계된 연주회장 내부 곳곳에 반사되어 울리게 된답니다. 따라서 그 어떤 최고급 오디오보다도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입체음향(stereo)을 느낄 수 있게 되지요. 연주회장에 가면 연주자와 청중, 청중과 청중 사이에서 서로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듣는다는 교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연주회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직접 듣고 보고 느끼기 위해 찾아간 연주회장에서 음악 이외의 것(예를 들면 휴대전화 벨소리, 과자 먹는 소리, 잡담 소리 등)으로 방해를 받으면 연주자뿐 아니라 함께한 청중에게도 큰 실례가 되겠지요?
혹시 음악회에 갈 때 입을 옷이 없어 못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이 있나요? 서양의 몇몇 음악회장에는 엄격한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는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옷차림 때문에 입장을 금지하는 곳은 없습니다. 다만 연주자들이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는 것처럼 청중도 그에 맞게 예의를 갖춰 주면 좋겠지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회장에도 시작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좌석을 확인하고 오늘 연주될 곡이 어떤 곡인지 프로그램을 미리 살펴보면 좋습니다. 어떤 곡이 연주되는지 미리 알고 가는 음악회라면 여러 번 듣고 어느 정도 귀에 익히고 가면 좋습니다. 음악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고, 미리 들었던 음악과 실제로 듣는 음악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느껴 가면서 훨씬 더 풍부한 음악 감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림 1〉 올 2월에 있었던 피아니스트 최은선 독주회 프로그램.
오페라와 발레 같은 경우에는 극 중 인물들의 솔로(독주, 독무)나 앙상블(중창, 군무)이 끝나면 그때마다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예의지만, 음악회에서는 여러 악장이나 모음곡으로 이어지는 곡에서는 중간에 손뼉을 치지 않는 것이 예의랍니다.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중간에 박수를 치게 되면 연주자의 호흡이 무너져서 다음 악장으로의 연결이 힘든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꼭 정해진 법칙은 아닙니다. 감동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박수가 나온 것이라면 그 나름대로 자신의 감상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청중이 함께해야 진정한 음악회이니 음악회장을 찾은 청중의 솔직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연주자도 많으니까요.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일명 ‘안다 박수’인데요, 연주자의 마지막 음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이 곡이 끝난 것을 나는 알고 있다”고 박수를 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입니다. 연주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감동마저 빼앗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예술의전당은 사진처럼 넓은 콘서트홀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실내악이나 독주 악기를 연주하는 홀, 오페라나 발레 같은 극적인 작품을 공연하는 오페라하우스, 음악분수가 있는 야외무대 등을 고루 갖춘 복합문화센터입니다.
〈그림 3〉
이제 음악회에 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나요? 지금 당장 휴대전화에서 인터넷 검색창에 ‘음악회’라는 세 글자를 검색해 보세요. 현재 공연 중이거나 이번 주말에 공연 예정인 음악회들이 보이죠?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워 못 가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학생 할인이나 지역 시민 할인을 적용하면 영화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음악회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많답니다. ‘우리 동네 음악회’나 ‘찾아가는 음악회’ 등의 음악회는 학교나 야외 공원 같은 곳에서 무료로 진행되니 꼭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