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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이클 염원 풀자”… 손 맞잡은 전설과 미래

입력 | 2016-05-18 03:00:00

올림픽대표 조호성 코치-박상훈 선수




한국 사이클 올림픽 첫 메달을 목표로 훈련 중인 조호성 서울시청 코치(왼쪽)와 박상훈. 대표팀 옴니엄 전담 감독이기도 한 조 코치는 “박상훈을 통해 지도자로서도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박상훈은 주니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기대주입니다. 아직 젊어서 가능성도 무한하죠. 하지만 올림픽 메달은 쉽지 않아요. 게다가 이번 옴니엄에 출전하는 18명 가운데는 ‘투르 드 프랑스’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9명이나 됩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박상훈을 통해 지도자로서도 꿈을 이루고 싶어요.”(조호성 코치·42·서울시청)

“코치님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트랙을 질주하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벌써 코치님의 나이가 마흔 가까웠거든요. 사이클을 시작했을 때부터 존경했던 선수의 지도를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치님이 못 이룬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제가 이루기 위해 이를 악물어 보겠습니다.”(박상훈·23·서울시청)

조 코치는 한국 최고의 사이클 선수였다. 아시아경기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사이클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1999년 3위)의 주인공도 그였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0km 포인트 레이스에서 250m 트랙 158바퀴를 돌 때까지 여유 있는 3위를 유지하다 마지막 두 바퀴에서 간발의 차로 4위가 됐다. 이 순위가 한국 사이클이 역대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조 코치는 이후 경륜으로 전환해 47연승을 달리는 등 ‘경륜 황제’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2009년 아마추어로 돌아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옴니엄에 출전했지만 11위를 기록하며 메달은 따지 못했다.

박상훈은 2011년 8월 모스크바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개인추발(3km)에서 우승하며 국내 사이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남자 종목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것은 박상훈이 처음이다. 그는 올해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옴니엄에 출전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다양한 자전거 경기’를 뜻하는 옴니엄은 이틀에 걸쳐 1km 타임 트라이얼, 제외 레이스, 4km 개인추발, 15km 레이스, 플라잉랩 330m 타임 트라이얼, 40km 포인트 레이스 등 6개 세부종목의 합산 점수로 메달 색깔을 가리는 종목이다. 단거리와 중거리를 고루 잘해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조 코치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를 끝으로 은퇴한 뒤 그해 11월부터 서울시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박상훈을 가르쳤다. 올 1월 대한자전거연맹이 국가대표 종목별 전담 지도자를 배치하면서 조 코치는 ‘사이클 국가대표 옴니엄 감독’이라는 직함도 얻었다. 선수는 박상훈뿐이다.

조 코치와 박상훈은 요즘 늘 함께 지낸다. 최근에는 부산을 출발해 구미, 군산, 대전, 아산, 충주를 거쳐 서울까지 전국을 누볐다. 다음 달 5일 개막하는 ‘2016 투르 드 코리아’ 출전을 앞두고 코스를 미리 달려 보기 위해서다. 대전에서 만난 조 코치는 “옴니엄은 기록 종목 3개, 순위 종목 3개로 이뤄진다. 박상훈은 기록 종목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눈치와 작전이 필요한 순위 종목은 아직 약하다. 남은 기간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메달이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은 “한국 사이클도 언젠가는 메달이 나올 것이다. 그 주인공이 나였으면 좋겠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점지한다고 들었다. 운이 좋아야 한다는 뜻인데 코치님을 만난 것부터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 사이클의 전설과 미래’ 조호성 코치와 박상훈은 다음 달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한 뒤 7월부터 스위스 세계사이클센터에서 훈련하며 경기 감각을 조율할 예정이다.
 
대전=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