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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KFC서 와인 팔고… 대낮 과자점이 밤엔 술집으로

입력 | 2016-05-19 03:00:00

저출산에 어린이 식음료시장 축소… 업체들 어른용 상품으로 활로 찾기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어드는 일본에서 기존 어린이용 식음료 상품들이 ‘어른용’으로 변신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청소년들이 즐겨 찾던 KFC 다카다노바바점은 4월 어른용 가게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산토리 주류와 공동 개발한 하이볼이나 각국 맥주, 와인 등을 마실 수 있고 오후 5시 이후에는 치즈를 끼운 치킨 등 안주류도 판다. 어린 시절부터 KFC에 친숙해 있는 어른들이 주 타깃이다.

‘불량식품’ 취급을 받았던 추억의 싸구려 과자들을 술안주로 내놓는 집도 등장했다. 2003년 도쿄 에비스에서 시작된 ‘과자바(Bar)’는 현재 수도권 4군데로 영업점을 늘렸다. 입장료 540엔(약 5778원)을 내고 들어가 마실 것을 주문하면 100가지 종류의 과자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오사카(大阪)의 한 집은 낮에는 과자를 팔고 오후 6시가 되면 술집으로 변한다.

기존 과자를 어른용으로 탈바꿈시켜 내놓는 제과회사도 늘고 있다. 2013년 메이지(明治)제과는 30년 이상 된 베스트셀러 초콜릿 과자들을 어른용으로 시장에 내놓아 붐을 일으켰다. 단맛을 줄이고 향이 좋은 초콜릿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올봄 음료업체 기린이 내놓은 ‘오후의 홍차 어른의 아이스차이’는 밀크티에 일곱 가지 종류의 향료를 넣고 단맛을 줄였다. 기존 상품의 맛과 특징을 유지하면서 크기도 맛도 어른 취향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이다.

이처럼 각 사가 어른용 상품에 주력하는 것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어린이 식음료 시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4월 현재 14세 이하 인구는 1605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147만 명(8%) 줄었다. 2012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26년이 되면 14세 이하 인구가 1300만 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광고회사인 하쿠호도(博報堂) ‘새로운어른문화연구소’는 “향후 일본 사회는 평균 연령이 높아져 ‘어른화’가 진행된다. 부모 자식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찬스”라고 내다봤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