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삶에 대한 질문들을 나눠 갖기 위해서”라고 했다. ‘삶’의 복잡한 행로에서 잠시 멈춰서 본질을 성찰하는 것이 예술의 본령이다. 가수 조영남(71)의 대작(代作) 의혹을 지켜보며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미술계 사람들은 “조수를 쓰는 건 미술계 관행”이란 그의 해명에 더 분노하는 분위기다. 40대 화가는 “관행이라면 90%가 그렇게 한다는 건데 어떤 화가가 그러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명옥 한국미술관협회장은 “스태프가 필요한 분야는 노동집약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조각이나 설치, 미디어 아트 같은 장르”라며 “섬세한 붓질과 재료 해석이 생명인 회화에서 조수 운운하는 건 화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이나 데이미언 허스트의 협업에 빗대는 것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워홀은 ‘복제’라는 수단을 통해 기존 예술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고,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는 허스트의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며 “조수의 도움을 받아 화투짝 그림을 그린 조 씨를 그들과 비교한다는 것은 거장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