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올림픽 세계예선 3승1패 4경기서 82득점 에이스 이름값 코트에선 “팡팡” 경기 이끌고, 밖에선 “하하” 동료 긴장 풀어줘 카자흐전 교체땐 응원단장 역할도
코트 안에서는 팀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로, 코트 밖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위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김연경. 훈련 때나 경기 때나 가장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는 바람에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을 때가 많다. 국제배구연맹 제공
예상치 못한 뻔뻔한 농담에 말문이 막혔다.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불어넣는 데 신경 쓰다 보면 에이스로 집중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28)이 한 대답이었다. 김연경은 “배구는 팀 운동이니까 개인만 잘해선 안 되잖아요. 게다가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에요”라고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김연경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세계 예선(아시아 대륙 예선 포함)에서 18일까지 4경기에 출전해 8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답게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던 1차전 상대 이탈리아에 패하고 네덜란드와의 경기(3-0 승)를 앞둔 15일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밝게 만든 것은 김연경이었다. 전날 패배로 위축된 후배들을 의식한 듯 김연경은 식사 속도가 느린 룸메이트 양효진을 보며 “매일 아침, 효진이의 먹방을 봐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경기가 아닌 음식 이야기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장난을 건네며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장 김연경(가운데)이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세계배구여자 예선 카자흐스탄과의 경기 도중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 제공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는 김연경의 열정은 모두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향한 것이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숙적 일본에 패하며 메달을 따지 못했던 한을 리우 올림픽에서 반드시 풀겠다는 각오다. 17일 한일전에서 승리한 뒤 김연경이 “4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18일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도 김연경은 ‘응원단장’이 됐다. 2세트 초반 교체돼 나온 김연경은 팀 동료들이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새로운 응원을 만들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쾌한 주장의 리더십에 선수들의 몸놀림은 한껏 가벼워졌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