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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김영세 대표 “상상하는 기쁨… 꿈에서도 아이디어 내”

입력 | 2016-05-19 03:00:00

창립 30주년 맞은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




여느 한국 중년 아저씨답지 않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김 대표는 끼가 많은 사람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 경기고 동창이자 미대 동기이기도 한 김민기와 ‘도비두’라는 남성 듀오로 활동하기도 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회장님이 1950년생이시죠?” “아마 그럴걸요. 나이 얘길 싫어하세요.”

‘회장님 나이’를 묻자 한 직원이 답했다. 실제 경기 성남시 판교 이노디자인에서 만난 김영세 대표(67)는 ‘늘 그렇듯’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그가 세운 디자인 회사 이노디자인은 최근 30주년을 맞았다. 그에겐 ‘산업디자이너 1세대’ ‘디자인계의 그루’ 같은 수식어가 붙는 한편 ‘시대를 잘 만난 사람’ 같은 말도 뒤따른다. “문화인인지 사업가인지 어떻게 수식할지 모르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문화산업인’ 아니겠느냐”며 사무실에 놓여 있는 2012년 ‘옥관문화훈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마음에 드는 수식어로 ‘혁신가’라는 말을 꼽았다. 이노디자인이라는 상호도 혁신이라는 뜻의 ‘이노베이션(innovation)’에서 따왔다.

―디자인의 시대라고 한다. 국내의 디자인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잠재력은 있다. 다만 아직도 디자인을 필수가 아닌 사치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건 아쉽다. 그런데 계속 바뀌겠지. 어차피 디자인은 ‘대세’니까.”

―혹시 디자이너로서 회의가 든 적 있었나.

“전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이너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빅 디자인’의 시대다. 과거 디자인을 장식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요즘 실리콘밸리 창업자 중 디자이너 출신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 창업자도 디자인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출신이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 유학 후 같은 대학에서 2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교를 그만둔 것은 창업을 위해서였다. 그는 1983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을 찾아가 ‘디자인 회사를 만들 테니 프로젝트를 달라’고 요청했다. 30대 초반 대우의 디자인 계열사 대표와 대우전자 디자인 총괄이사를 지냈다. 그러나 3년 뒤 대우를 나왔고 이노디자인은 이때 만들어졌다.

―어떤 이는 운이 좋았다고 평가한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뭐든지 처음 한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안정적인 선택지를 버리고 창업했나. 요즘 젊은이들은 창업보다는 대기업 입사를 꿈꾼다.

“중학교 때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라는 미국 잡지를 본 이후부터 내 꿈은 산업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멋진 것을 디자인한다는 생각을 품으며 살았다. 창업을 해야 했다. 결국, 창업은 ‘디자이어(desire·욕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돈 벌겠다는 게 아니라 다른 욕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청년에게 창업을 독려하려면 정부 지원과 별개로 성공 모델이 많아야 한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를 주는 사람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서 구하나.

“습관처럼 상상을 즐긴다. 가끔 꿈에서도 아이디어를 낸다. 어젯밤엔 소셜미디어서비스를 만드는 꿈을 꿨다. 괜찮은 꿈이라 새벽에 일어나 기록해 뒀다.”

―포털사이트 프로필을 보니 아들이 힙합 뮤지션 솔튼페이퍼더라. 자녀들에겐 뭘 강조하나.

“각자 원하는 걸 한다. 미국에 있는 딸(리아 김)은 나이키의 요가 홍보대사다. 원래 투자은행을 다니다가 ‘설레는 일, 몰입할 수 있는 일, 남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요가 강사로 전직했다. 지지해 줬다.”

회사 로비에 놓인 30주년 기념물에는 ‘Celebrate last 30, Ignite next 30& Beyond(지난 30년을 축하하고 다음 30년을 불 지피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인터뷰 끝 무렵, 그가 말했다. “얼마 전 서른 생일을 맞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뛰어야지.”

성남=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