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죄송’ 한마디도 안한 옥시 이사

입력 | 2016-05-20 03:00:00

檢, 외국인 임원 첫 소환조사
前사내변호사도 참고인으로 불러… 독성검사 조작-민원 묵살 등 추궁
존 리 前대표는 23일께 출석 할 듯
민간단체 “피해자 566명 추가 접수”




19일 오후 검찰에 소환된 울리히 호스터바흐 옥시 재무담당 이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울리히 호스터바흐 재무담당 이사(49·독일 국적)가 외국인 임원으로선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오후 2시 호스터바흐 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진한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검찰청사에 나타난 그는 ‘옥시 측에서 서울대 조모 교수에게 자문료와는 별도로 12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알았느냐’는 물음에 대답을 피했다.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빠른 걸음으로 청사로 들어갔다.

2010년 7월부터 약 6년간 재직한 호스터바흐 이사는 옥시의 자금 흐름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2011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옥시가 서울대, 호서대, KCL 등에 독성실험을 의뢰하면서 지급한 용역비나 교수들에게 ‘자문료’ 형태로 지급한 별도의 자금도 호스터바흐 이사의 결재를 거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옥시가 피해자들과 민사 조정을 하면서 합의금을 제시하는 데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옥시의 전 사내변호사로서 법률 문제를 담당했던 미국 변호사 김모 씨도 이날 함께 소환됐다. 김 씨는 2011년 이후 보고서 조작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옥시의 법률 리스크를 체크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영국 본사와 상의하며 민사소송 의견서 작성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판매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신고나 민원들을 묵살한 정황은 없는지, 국내 법인의 유한회사 전환 과정 등에서 법률적 조언을 어떻게 건넸는지도 검찰은 조사할 방침이다.

외국인 전직 대표 중에 첫 소환대상이 된 존 리 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는 23일쯤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 옥시 대표를 지내며 제품의 유해성과 피해사실을 알고도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강행한 과실은 없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1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피해 의심자가 추가로 566명 늘었다. 가족 모임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5일까지 집계된 추가 피해 신고 사망자가 41명, 생존자가 525명 등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신고 접수를 모두 합하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의심자는 266명, 생존자는 1848명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