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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혁 기자의 축구생각]‘공짜 손님’ 기업구단-시도민구단 온도차

입력 | 2016-05-20 03:00:00

서울, 수원, 전북 등 기업구단들… 유료 관중 늘리기 경쟁 치열한데
시도민구단, 전체 관중 수 더 신경… K리그 브랜드 가치 올리려면
시도민구단 무료 관중 비율 줄여야




올 시즌 치러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59경기에 총 52만6100명의 관중이 모였다. 이 중 14만2000여 명(27.3%)은 공짜 손님이었다. 무료 관중이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보다는 1%포인트가량, 이 통계를 처음 발표한 2년 전보다는 8.4%포인트 줄었다.

주목할 점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른바 기업 구단의 유료 관중 비율은 지난해보다 4.1%포인트 늘었다는 것이다. K리그의 흥행을 선도하는 서울과 수원, 전북은 팀 성적 못지않게 유료 관중, 객단가 높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성도 높은 팬을 어느 팀이 많이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반면 시도민 구단의 유료 관중 비율은 지난해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속살인 관중 수를 공개한 것은 구단 간의 경쟁을 통해 장기적으로 구단의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무료 관중 공개에 대한 기업 구단과 시도민 구단의 온도 차는 여전히 크다.

한 관계자는 “시도민 구단에서는 눈에 보이는 경기 당일의 관중 수가 중요하다. 홍보 효과가 중요한 시도지사(구단주)에게 보고를 하기 때문에 유·무료와 상관없이 전체 관중 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도민 구단도 할 말이 있다. “시도민 구단은 기업 구단만큼 많은 자금과 직원을 활용할 수 없다. 마케팅 능력이나 시장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하소연한다.

사실 외국의 프로 시장에서 입장권 수입은 전체 수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입장권 수입은 전체의 20% 규모다. 전체 수입의 절반이 TV 중계권 수입이고, 나머지는 스폰서 수입이다.

그럼에도 입장권 수입은 구단이 자생하기 위한 기초다. 경기를 보고, 경기장에서 먹고 마시고, 구단의 용품을 사는 데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팬이 많아져야 마케팅 영역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야 후원을 하겠다는 회사가 나서고, TV 중계권 수입도 올라간다.

유료 관중 비율에서 92%의 수원과 88%의 서울은 K리그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시도민 구단 중에서도 성남의 유료 관중 비율은 지난해보다 7.5%포인트, 숫자로는 배 정도로 늘었다. 시도민 구단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료 관중 비율이 40%도 안 되는 구단들이 있다.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려면 모범 사례도 중요하지만 리그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수적이다.

시도민 구단이 따로 가서는 곤란하다. 시도민 구단의 어려운 여건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발전 방향은 리그 전체가 다시 한 번 공유해야 할 시점이다.
 
장치혁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