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부의 날]경제력 잃자 아내-자식들 무시 “이혼하고 나를 위한 삶 살겠다”… 60세 이상 상담 5년새 10배로
5년 전 평생을 바친 직장을 관둔 A 씨(60)는 최근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 은퇴하며 희망찬 ‘제2의 인생’을 꿈꿨지만 A 씨가 마주한 현실은 실망 그 자체였다. 아내는 남편의 퇴직금 대부분을 아들에게 사업자금으로 줬다. 퇴직금이 바닥나고 마땅한 수입도 생기지 않자 아내는 한숨을 쉬며 잔소리를 해댔다. 아내의 등쌀에 떠밀려 마지못해 건물 경비 일을 시작했지만 변변치 못한 벌이 탓에 늘 찬밥 신세였다. 아들마저 A 씨의 말은 무시하기 일쑤였다. 결국 외톨이가 된 그는 이혼 상담기관을 찾았다. A 씨는 “은퇴 후 경제력을 잃고 나니 가장으로서의 존재감뿐 아니라 인간적 존재감도 잃어가고 있다”며 “무시당하며 사느니 남은 인생이라도 편하게 혼자 살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3년 전 직장을 떠난 B 씨(62)는 사업에 실패하고 경제력을 잃은 뒤 아내의 무시와 폭언에 시달렸다. 최근 아내의 외도 사실이 드러났지만 자식들은 자영업을 해 경제력이 있는 어머니 편을 들었다. B 씨도 최근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며 뒤늦게 ‘황혼 이혼’을 택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혼을 고민하는 남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은퇴 후 가정에서 느끼는 소외감 등이 주요 이유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