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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의심 받는 남편의 황혼

입력 | 2016-05-21 03:00:00


오늘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도, 기업이 의도한 상술도 아닌 법정기념일이다. 경남 창원의 권재도 목사는 1995년 어린이날 TV에서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이라는 한 아이의 말을 듣고 ‘부부의 날’ 운동을 시작했다. 권 목사는 ‘부부의 날 위원회’를 꾸려 그해부터 매년 5월 21일에 행사를 열었다. 날짜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 맞춰 골랐다. 그는 2001년부터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달라는 청원을 낸 끝에 2007년 마침내 소원을 이뤘다.

▷권 목사는 부부 10계명, 부부싸움 10계명도 만들었다. 지금은 약간씩 다른 부부 10계명이 나와 있지만 1계명은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말라’로 거의 같다. 결혼 초 다툼과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요령이다. 치약을 중간부터 짜서 쓴다거나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는 것 같은, 연애 시절 눈에 띄지 않았거나 매력으로 여겼던 상대방의 흠이 차츰 거슬리면서 부부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최근 3년 5개월간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에 올라온 5억3000만 건의 글을 분석했더니 ‘의심되는 사람’ 1위가 남편이었다. ‘거짓말쟁이 상위 10위’에서도 남편은 3위에 올랐다. 두 분야 모두 아내는 10위 안에 없었다. 아내가 보는 남편의 신뢰지수는 바닥인 셈이다. 세상에는 ‘속는 남자’와 ‘속이는 남자’가 있다지만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속이는 남자’가 훨씬 많은 모양이다.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율이 계속 오르다가 작년 전체 이혼 건수 중 30%를 돌파했다. 요즘 황혼이혼은 남편이 먼저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은퇴한 뒤 집에서 천덕꾸러기가 되느니 혼자 사는 편이 낫다고 결단한다는 것이다. 아내들은 ‘이 나이에 남편 수발들랴’ 싶어 동의한다던가. 부부 10계명 중 ‘비밀을 숨기지 말라’ ‘처음 사랑을 잊지 말라’는 대체로 후반부에 있다. 살아서도 한방을 쓰고, 죽어서도 한방을 쓰는 게 부부라는 말은 옛말이 돼가는 것 같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