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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박한규]한밤중에 막차를 타고 싶다

입력 | 2016-05-21 03:00:00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기반시설의 차가 크다. 중소도시에서는 기반시설을 이용할 절대 인구가 적어 경제성이 낮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지역의 수요를 살펴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그나마 격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근무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은 2014년 4월 서울에서 옮겨 온, 경북 김천 혁신도시의 최초 이주기관이다. 우리 공단이야 근무자가 100명이 안 되는 규모이지만 2500명이 넘는 한국전력기술이나 1000명이 넘는 한국도로공사 등 총 12개 기관 5000여 명이 이주하여 만들어진 도시이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옮겨 온 기관들이고 가족이 함께 옮겨 온 경우는 아직 채 20%를 넘지 못하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금요일 퇴근시간 가까이 서울로 가는 KTX 열차와 월요일 출근시간 가까이 도착하는 열차는 적어도 1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좌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편도 4만 원 정도의 비용도 큰 부담이다.

아직 혁신도시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김천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은 그리 원활하지 못하다. 옛날부터 철도가 발달한 곳이라 서울행 버스도 그리 많지 않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6편 중 막차는 오후 6시 30분,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3편 중 막차는 오후 6시에 출발하니 정상적으로 퇴근해서는 도저히 이용할 수 없다. 금요일만이라도 저 두 편을 혁신도시에서 출발시키거나 거쳐 가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천시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건의했다.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건의는 처리 완료로 분류되었고 해결책에는 ‘국토교통부, 경북도와 협력하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노선 개선 건의 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동문서답이다. 늘 공무원들에게 듣는 협력, 모색, 준비, 건의다. 무엇이 필요하니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가 없는 원론적인 답변이다. 참 공무원스럽다.

김천시의 올해 시정목표 중 하나는 인구 15만 명 회복이다. 그 일환으로 혁신도시 이주기관 직원의 가구가 이주하면 이주지원금 30만 원을 지급하고 또 주택을 매입하면 대출 이자의 반을 지원해 준다. 가상한 노력이지만 이런 일회성 금전 지원이 능사는 아니지 싶다. 불편함을 찾아 해결할 감각과 의지, 실행이 먼저다. 혁신도시에서 편하게 버스를 타고 집 가까이 내릴 수 있으면 쉽게 지역 특산물인 자두나 포도, 호두 한 상자씩 들고 타거나 보내지 않을까. 한국전력기술은 금요일 오후에 서울행 버스를 자체 운영하는데 그 시간 승차장 주변에 작은 규모의 장이 선다. 좋은 행정 서비스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늘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진정성이 문제다.


 
※필자(54세)는 서울에서 공무원, 외국 회사 임원으로 일하다 경북 김천으로 내려가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박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