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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대표, 피해자에 사과… 보상방안은 안내놔

입력 | 2016-05-21 03:00:00

대전서 1, 2등급 판정자 등 만나
참석자들 “말로만 죄송… 진정성 없어”
사프달 대표, 피해자 집 1곳 방문도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왼쪽)가 20일 대전 동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집을 찾아 사과하고 있다. 대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처음으로 피해자들을 단체로 만나 잘못을 사과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옥시가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등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옥시는 20일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제1회 옥시레킷벤키저 사과의 장(場)’을 열어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뒤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를 포함한 옥시 경영진과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등 옥시 살균제 제품으로 폐 손상 등의 피해를 입은 1, 2등급 피해자 및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옥시 측은 이날 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프달 대표는 주방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등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행사는 옥시 측이 피해자들의 개별 사연을 듣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일일이 사과하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곽윤희 씨(36·여)는 “피해자들이 절절한 사연을 얘기할 때마다 모두 눈물을 흘려 행사장은 울음바다였다”며 “옥시 측이 지난번 기자회견 때와 비슷한 답변만 내놓아 답답했지만 개별적으로 사과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옥시 측은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구체적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본인과 딸이 1등급 피해자인 이미옥 씨(40·여)는 “5년, 10년 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행동 없이 말로만 사과하는 옥시에게서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사프달 대표는 행사 후 대전에 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장동만 씨(50)의 집을 찾아 사과하기도 했다. 장 씨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딸 예영 양(2010년 사망·당시 3세)을 잃고 부인은 폐 이식을 받았다. 사프달 대표는 예영 양의 생전 사진을 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 씨는 “직접 찾아준 것은 고맙지만 지금 당장 용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만든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오모 전 대표(40)의 딸(당시 11개월)도 집에서 쓰던 세퓨 탓에 2011년 급성호흡부전 폐렴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 대표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대전=유원모 onemore@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