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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잃고 믿었던 가정서 홀대… ‘홀로서기’ 선택

입력 | 2016-05-21 03:00:00

‘황혼이혼’ 고민하는 남편들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주로 평생 짓눌려 살아온 여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노년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사회적 자존감’을 잃은 남성들이 가정에서까지 홀대받자 극단적인 결심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은 “여성에 비해 남성은 일을 통해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은퇴 후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경제력을 이유로 가족에게까지 무시당하다 보니 이를 견디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사회에 뿌리 내린 ‘가부장 문화’와 ‘고정적인 성(性) 역할’이 노년 남성의 황혼 이혼을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남성은 일을 하고 여성은 가정을 지킨다는 전통적인 성 역할이 노년에 깨지기 시작하면서 억눌렸던 갈등이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들이 가족 부양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면서 가정 내에서 자리를 잃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박 부장은 “분리된 공간에서 각자의 역할에 얽매였던 것이 노년의 비극을 부른 것”이라며 “젊은 시절부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갖고 있던 서로에 대한 기대와 역할을 깨고 미래를 함께 계획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수명이 짧을 때는 은퇴 후 부부 갈등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은 적어도 은퇴 후 20∼30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며 “‘일은 남성, 가정은 여성’이라는 고정적인 성 역할 개념을 완전히 깨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령에 따라 변하는 역할과 관계의 변화를 부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남성은 권위주의적 문화를 버리고, 여성들도 변화한 남성의 역할과 환경을 인정해 함께 노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온 노년 남성들이 연착륙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 상담이나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부장은 “부부 갈등을 포함한 가정 내 갈등은 숨기거나 담아두기보다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 등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제3자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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