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슈퍼히어로 복장, 실제로 입고 뛰어보니…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매그니토의 코스튬을 입은 김배중 기자. 롱부츠와 긴 망토때문에 뛰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아래 사진은 영화 속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매그니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가설: 슈퍼히어로 복장으로 실제 싸울 수 있을까?
12일 동아일보 문화부의 회의 자리.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 등의 흥행에 맞춰 기획할 만한 소재를 논의하다가 슈퍼 히어로의 화려한 액션은 ‘의상’에서 나온다는 의견이 나왔다.
슈퍼 영웅들은 몸에 달라붙는 스판덱스, 일명 ‘쫄쫄이’를 입고 근육을 자랑한다. 육체의 역동성과 곡선이 강조돼 섹시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망토를 걸치고 얼굴을 가리면 슈퍼 히어로 완성.
마블런에 참가해 코스튬의 활동성과 실용성을 검증하기로 한 기자. 사전 훈련을 위해 코스튬을 입고 19일 한강변을 찾은 것이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개봉(25일)에 맞춰 이 영화제의 국내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서 ‘엑스맨 매그니토’ 캐릭터 의상을 빌렸다. 흉부 갑옷, 헬멧, 가죽 장갑과 롱부츠, 망토까지 걸치니 변신 완료. 조깅 중인 행인들은 ‘웬 미친×이냐’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한강변을 1km가량 뛰었다. 1분도 안 돼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롱부츠는 발목의 순발력을 저하시켰고 흉부 갑옷은 어깨, 팔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제일 큰 문제는 망토. 공기 저항을 일으켜 달리기 속도를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발목까지 내려와 움직일 때마다 발에 걸렸다. 적과 싸우다 스스로 망토를 밟고 고꾸라지겠다. 헬멧은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 옆에서 날아오는 주먹은 보지 못하고 얻어맞기 딱 좋다. 비교를 위해 코스튬을 벗고 스포츠웨어 차림으로 500m를 뛰었다. 근육과 어깨, 팔, 무릎 등 관절 부위를 적당히 압박해 몸에 탄력을 더했다. 통풍도 잘돼 피로도가 작았다.
○ 결론: 기능성보다는 제작과정 자체가 즐겁다
코스튬은 어떻게 구할까? 기자가 입은 엑스맨 의상은 제작비 700만 원, 제작 기간이 두 달에 이르는 고가의 옷이다. 반면 가볍게 입을 만한 코스튬은 온라인몰에서 2만∼6만 원이면 대여, 10만 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다.
마블런에 참석한 회사원 안진우 씨(30)는 3년에 걸쳐 ‘캡틴아메리카’ 의상을 제작했다. 헬멧, 벨트 등 부위별로 주문 제작했다. 그는 “옷 제작에 700만 원 정도 썼다. 디테일을 높여가는 과정이 정교한 공예품을 만드는 듯 재미있다”고 말했다.
고가 맞춤형 코스튬의 경우 히어로별로 가격이 다르다. 옷이 단순한 슈퍼맨, 스파이더맨은 300만 원, 헬멧 등 부착 장비가 많은 캡틴아메리카와 배트맨은 800만∼900만 원, 아이언맨은 1200만 원가량이다.
김윤종 zozo@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