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정권 시절 리비아가 북한에서 핵물질을 수입하고 그 대가로 수십억 원을 건넨 것으로 보이는 대북 송금 기록이 확인됐다.
마이니치신문은 2011년 시민군에 의해 축출돼 사망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물질 반입의 대가로 400만 유로(약 54억 원)를 북한 측에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23일 보도했다. 이 돈은 2002년 7월 북한 기업의 두바이와 마카오 계좌에 달러 유로 스위스 프랑 등을 이용해 입금됐다. 신문은 “그 해 북한이 핵 암시장에서 고농축우라늄의 원료가 되는 6불화우라늄을 수출한 만큼 송금은 그 대가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6불화우라늄은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가공물이다.
북한과 리비아와의 핵물질 거래 의혹은 예전부터 제기됐다. 2005년에는 미국이 “북한이 파키스탄 밀거래 조직을 통해 2000~2001년 리비아에 1.8t의 6불화우라늄을 팔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 레바논 등의 은행을 이용해 조세피난처인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라트비아 두바이 등에 개설된 차명 계좌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돈을 보냈다. 송금 횟수는 57회이며 금액은 총 1억1000만 달러(약 1300억 원)에 이른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