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그린 원조’ 현장을 가다]<1>에티오피아에 쓰레기 재처리 기술-교통시스템 교육
짓다 만 건물들, 도심 곳곳에 방치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국제공항과 국제통화기금(IMF) 사무실 등이 들어선 중심가 볼레 지역. 도로에는 건널목이 부족하고 인근에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에티오피아는 도심 교통 혼란을 줄이고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의 친환경 도시 관리 및 교통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관리 노하우와 인력은 없는 쓰레기 매립지
그린펀드팀은 한국이 2000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설립해 쓰레기 재활용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기술을 향상시킨 사례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또 1981년 하루 1.77kg이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2011년에는 0.95kg으로 줄어드는 등의 주민 의식 개혁 과정도 소개했다.
그린펀드 팀은 에티오피아 정부와 상의해 비쇼프투 시의 환경미화 관련 공무원들이 한국의 환경부, 서울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을 방문해 쓰레기 처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 버스 중앙차로 등 반영 가능성 높아
세계은행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전수되고 있는 한국의 녹색 성장 경험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발표될 예정인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장기 도시 개발 계획’에도 대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이 당연하게 이용하는 버스전용차로와 티머니(자동 교통요금 결제) 등이 이 나라에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비전이자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한국이 △간선급행버스(BRT) △버스전용차로 △대형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 △대중교통 요금 통합 시스템 등을 도입한 과정과 이를 통해 교통난을 해소한 성과를 소개했다. 엘리슨 리(이은주) 세계은행 녹색성장기금팀장은 “한국은 이동통신 회사들과 협력해 교통량과 교통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교통난 해소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당국자들도 한국에서 시민들의 교통 이용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 회사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세계은행 발표를 듣던 이들은 “에티오피아도 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데이터 마련 방법과 활용 방안을 더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마테오 바케레 아다스아바바 도시계획국장은 리 팀장 등에게 한국 연수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서울시와 서울시립대, SH공사,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연계해 다양한 직급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린펀드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서면 세계은행이 정식 개발 원조나 차관을 공여해 개선 사업 실행에 나선다.
○ 과학기술 분야에도 불기 시작한 ‘한국 바람’
아베바 알레메이후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수석컨설턴트는 “에티오피아의 경제계와 과학기술계에서는 한국을 핵심 벤치마킹 대상 국가로 자주 거론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설립해 국가 차원의 지역 개발 전략을 마련하고 서울 같은 대도시가 서울연구원 같은 자체적인 ‘싱크탱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현지에선 한국 따라하기의 매력적인 모델로 꼽힌다.
아디스아바바·비쇼프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