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나원이, 목에 꽂은 호흡기 제거 수술받고 퇴원 부모 “애경 살균제 노출… 수사해야”
최근 산소호흡기 제거 수술을 받고 23일 퇴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나원 양이 엄마 품에 안긴 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일 산소호흡기 제거수술을 받은 박 양의 가족은 23일 퇴원 직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양의 어머니 김미향 씨는 “이모가 미안하다고 울면 나원이는 오히려 ‘이모 잘못이 아냐. 다른 아저씨가 나빠’라고 위로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부산에 살면서도 모래바람 때문에 나원이를 바닷가에 한 번도 데려가지 못했다”고 울먹이며 애경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정부는 2011년 11월 일부 가습기 살균제의 판매를 중지했지만 애경 제품은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3일 한국계 미국인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등을 조사했다.
수사팀은 보고서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가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한 생식독성실험 결과를 근거로 태아일 때 살균제에 노출됐다가 피해를 본 사례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조 교수를 증거 위조,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혐의로 24일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신나리·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