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청문회법 논란]
새누리당은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원내대표단 만찬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국회 현안 청문회에 대해서는 헌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재개정이 힘든 만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상시 청문회가 도입되면 ‘365일 정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은 “언제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하더니 청문회를 상시화하면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국정 현안에 대해 수시로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논란의 핵심은 결국 ‘국회에 대한 불신’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인 셈이다.
○ “국회 답변 준비만 하다 허송세월할 것”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23일 “이 법이 어떻게 운영될지 예측조차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부처의 한 국회 업무 담당자는 “사회적 이슈가 많거나 정치적으로 첨예한 업무를 다루는 부처는 특히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권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청문회 무대에 올리는 것만으로 담당자들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도 야당은 노동개혁법이 ‘재벌 편들기’가 아니냐는 근거 없는 공격을 쏟아냈다”며 “상시 청문회가 열리면 이런 공격에 대한 각종 답변 자료를 준비하느라 온통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일하게 바뀐 것은 여소야대 정국”
‘실제 바뀐 것은 법률 조항이기보다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 개정안에서 유일하게 바뀐 것은 청문회 개최 요건에 ‘소관 현안 조사’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도 ‘쌍용차 정리해고 청문회’ 등 4건의 현안 청문회가 열렸다. 18대 국회 때도 현안 청문회는 6건이 있었다.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한 정의화 국회의장 측은 “과거에도 상임위에서 의결하면 현안 청문회를 열 수 있었다”며 “이번에 법적 근거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도 “청문회에 대한 우려를 잘 안다”며 “그건 문제를 만드는 국회, 서로 반대만 하는 국회 때 경험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청문회 대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부 마비’ 우려는 곧 야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쟁을 일삼을 것이란 불신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유성열 / 세종=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