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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와 거부권 사이… 靑, 주말 거치며 ‘거부권’ 기운듯

입력 | 2016-05-24 03:00:00

[상시 청문회법 논란]
朴대통령 아프리카-佛 순방뒤… 6월 7일 국무회의 상정 가능성
野 “거부권은 월권… 조속 공포를”, “20代서 재의결” “재상정 거쳐야”
학계, 거부권행사때 절차 의견 갈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이 23일 정부로 이송되면서 거부권 행사를 놓고 기로에 섰다. 그대로 수용하자니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거부권을 행사하자니 야당의 반발로 협치(協治) 정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내부적으로는 “행정부 마비법”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거부권 행사를 두고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청권)은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높았다”며 “이번 개정안은 국회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말을 거치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22일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야당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보다 이번 개정안이 악용될 수 있는 범위는 더 넓다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처는 관련 부처 의견 조회 등 법안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통령이 국회 운영 룰까지 관여하는 것이어서 월권”이라며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조속히 이 법을 공포하는 것만이 협치의 희망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20대 국회에 적용될 법안을 19대 국회 막바지에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18대 국회 마지막에 통과시킨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재의 절차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19대 국회 임기(29일) 이내에 해야 유효한 것인지, 19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한지, 아니면 원안은 폐기되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상정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29일 전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법안을 심의해야 할 수도 있다.

국회사무처에서 유권해석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재의결되지 않고 20대 국회로 넘어간다면 재상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본회의 의결까지 끝난 법안이므로 20대 국회에 재의결 권한이 승계된다”고 해석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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