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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모든 차량에 음주측정기 비치 의무화… 관광버스 기사, 술 마시면 시동 못걸어

입력 | 2016-05-25 03:00:00

[시동 켜요 착한운전]‘와인의 나라’ 교통사고 줄인 비결




프랑스 파리의 관광버스 기사인 압델 라샤르 씨가 시동을 켜기 전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운전기사가 기준치 이상의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나면 버스의 시동은 켜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손해보험협회 제공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압델 라샤르 씨(54)는 관광버스 운전기사다. 그는 버스 시동을 걸기 직전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운전석 바로 옆에 있는 음주측정기를 부는 것이다. 측정기를 통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돼야 비로소 버스 시동을 걸 수 있다. 라샤르 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제는 측정기를 부는 일이 자연스럽다”며 “수십 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만큼 너무도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교통 선진국’이다. 프랑스에서 한 해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는 3268명(2013년 기준). 같은 해 한국은 5092명이었다. 총인구를 감안할 때 프랑스의 교통사고 사망 비율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프랑스가 교통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972년 한 해 동안 프랑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8113명에 달했다. 사상 최다였다. 프랑스 정부는 음주운전과 안전벨트 미착용, 과속운전을 교통사고 사망의 ‘3대 주범’으로 보고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했다.

특히 3대 주범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가진 건 음주운전. ‘와인의 나라’에 걸맞게 식사 전후에 술을 마시는 문화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제재는 2010년무렵 본격화됐다. 관광버스와 스쿨버스의 시동 전 음주측정을 의무화했고 2012년 7월에는 다른 모든 종류의 차량에도 간이 음주측정기를 달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또 차량으로 갈 수 있는 외곽 지역의 중소형 마트나 주류를 판매하는 가게에도 음주측정기를 배치했다. 주인이 손님의 음주 여부를 직접 측정토록 한 뒤 음주운전 가능성이 있다면 더 이상 술을 팔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에는 초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2%로 강화했다.

주류업계도 음주운전 예방에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의 주류회사인 페르노리카그룹은 음주운전 예방 재단을 운영 중이다. 보험사들도 술을 마신 초보 운전자들에게 1년에 5회까지 택시비를 지원하고 회사 영업이익의 0.5%를 교통안전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교통안전 공익단체인 악사 프레방시옹의 셀린 수브란 사무국장은 “보험사들이 낸 돈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각급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