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 파장
4조5000억 원의 채권단 자금이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끝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서 조선업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STX조선이 가장 먼저 법정관리의 길을 가게 됐지만 수주 절벽으로 ‘빅3’를 비롯한 업계 전반이 위기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4조5000억 원 쏟아붓고는 결국 ‘법정관리’
STX조선은 2001년 법정관리 대상이던 대동조선을 인수해 2008년 9월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했지만 이 시기 STX조선은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 시기에 15억 달러 이상을 들여 중국에 조선소를 지었는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인건비가 더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 중소 조선사들의 법정관리 이어지나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법원은 기업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법원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임직원 2100명과 STX조선 진해 조선소에서 일하는 협력사 51곳의 직원 3500명도 함께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STX조선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5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RG를 포함해 3조 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이 1조3200억 원, 한국수출입은행이 1조2200억 원 순이다. 문제는 STX조선뿐만 아니라 다른 조선사들도 경영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에 대한 은행권 위험노출액은 55조 원에 이르고 중소 조선소까지 합할 경우 총 70조 원에 이른다.
다른 중소 조선사들이 STX조선의 길을 줄줄이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동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경영 협약을 맺은 이후 수주한 선박이 한 척도 없다. SPP조선도 채권단과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매각 가격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조선은 올해 소형 선박 6척을 수주했지만 수주 잔량이 1년 치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