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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기자의 와인드업]넥센 영업사원들의 고군분투

입력 | 2016-05-26 03:00:00

“안방 고척돔 더 많은 관중 모셔라” 팬들 팔 걷어붙이고 티켓 마케팅
재치있는 영업전략과 열정에 감동… 다른 구단 팬들도 “도와주자” 화답




최근 프로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넥센 영업사원’들의 활약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도대체 프로야구 팬들을 상대로 무슨 영업을 하느냐”고요?

다름 아닌 고척스카이돔의 좌석입니다. 넥센 팬들이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안방구장의 티켓을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글을 올리는 겁니다. 올 시즌 고척돔으로 안방을 옮기면서 넥센의 평균 관중은 7094명에서 1만1065명(24일 기준)으로 56%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초 돔구장을 안방으로 하는 구단의 팬들은 이 정도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단순한 마케팅으로 생각해선 곤란합니다. 일반 회사 못지않은 철저한 영업지침으로 고객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고척 영업3팀장’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영업팀의 실체가 만천하에 밝혀졌다”며 그들만의 영업지침을 공개했습니다. KIA 팬을 고척돔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가 제시한 비법은 “서 상사(넥센에서 KIA로 이적한 서동욱)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고척의 아들’이라는 단어를 1일 3회 댓글로 투척하라”입니다. “3대 빅 바이어인 엘롯기(LG 롯데 KIA) 사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침투해 엘롯기센(엘롯기+넥센)이 돼라”는 지침도 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세계적인 맛 권위지인 ‘미슐랭가이드’의 고척돔 버전인 ‘돔슐랭가이드’를 선보였습니다. 구단 홈페이지에 있는 구장 내 식당과 매점들의 메뉴별 가격대를 일일이 정리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구장 내 명당 좌석을 소개하는 글도 곁들였습니다.

넥센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팬들의 재치 넘치는 글에 다른 구단의 팬들도 화답했습니다. 한 두산 팬은 “엘롯기 팬만 챙겼다간 (매진은) 기대도 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다음 주 삼성전은 영업 안 해주느냐”는 삼성 팬의 글도 있었습니다.

넥센 영업사원들은 KIA가 고척돔을 방문하는 7월 1일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의 끝머리에 단 ‘7.1’은 지난해 7위를 했던 KIA의 ‘기’자를 상징한다며 조롱의 의미를 섞었지만 KIA 팬들은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 KIA 팬은 “7월 1일에 매진되지 않으면 KIA 팬들이 책임을 지게 생겼다”며 팬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35년 역사의 한국프로야구는 누리꾼들의 유쾌한 글로 또 하나의 재치 넘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잠실로 가려던 발걸음을 고척돔으로 돌리고 싶게 하네요.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