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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쓴 카쇠르, 폭력시위로 프랑스 위협”

입력 | 2016-05-26 03:00:00

과격시위꾼에 비난여론 높아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행정부의 친기업적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점점 과격화되면서 폭력 시위를 주도하는 ‘카쇠르(Casseur·파괴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 때마다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로 유리창을 깨고 화염병을 던지는 소수의 젊은이들을 프랑스에서는 ‘카쇠르’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26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가 예정돼 있다. 경찰은 카쇠르가 시위에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다. 스테판 르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지난 두 달간 노동법 반대 시위 도중 경찰 350여 명이 부상했다”며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과격 시위로 인한 경찰관 부상이 잦아지자 경찰노조는 이달 18일 ‘경찰에 대한 증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그날 경찰차 한 대가 시위대에 의해 불태워져 충격이 더욱 컸다.

올랑드 대통령도 “노동법을 반대하고 저항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범죄”라며 ‘카쇠르’가 주도하는 폭력 시위를 비판했다. 보수 야당 공화당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경찰 소방관 등 국가를 대표하는 제복을 입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프랑스 공화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장피에르 지랑 의원(공화당)은 “경찰차를 불태운 것은 더 이상 시위가 아니라 살인 범죄”라며 “카쇠르는 우리 안의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노동조합총연맹(CGT)이 주도하는 정유공장 봉쇄로 유럽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 2016’ 개막을 2주 앞두고 교통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노조단체들은 노동법 개정에 반대해 24일부터 프랑스 전역에 있는 8개 정유시설 모두를 봉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유소에서 기름이 완전 고갈되거나 기름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주유난이 확산되자 전략 비축유를 풀기 시작했다. 이번 파업에는 철도, 항만, 항공, 지하철 노조까지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CGT는 원전도 멈춰 세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25일 “노동자의 3%만 대표하는 CGT가 프랑스 국가 전체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이것은 사회적 테러리즘(Terrorisme Social)”이라고 비판했다.

좌파 진영에서도 과격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도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은 1면에서 “CGT가 이 나라를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좌파당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24일 “정부의 공권력 사용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폭력 시위는 자칫 ‘도시 게릴라전’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