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공항의 일상
“A, B 카운터 쪽을 맡아 청소하고 있어요. 짧은 구역처럼 보여도 공항이 워낙 커 할 일이 많아요. 한 바퀴 돌고 오면 쓰레기통엔 그새 음료수 통, 영수증, 여행가방 태그 등이 쌓여 있죠. 청소하면서 틈틈이 길을 묻는 외국 손님들을 안내데스크로 데려다주기도 합니다.” ―장옥숙 씨(59·인천공항 미화원)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만 출국할 때마다 매번 다시 점검해 봐요. 100mL 넘는 화장품, 스프레이 같은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을 손가방에 넣고 왔다가 공항에 도착해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있거든요. 꽁꽁 싸맨 캐리어를 다시 열어 물건을 넣고 짐을 부치러 갈 때면 힘이 다 빠져요.” ―김지선 씨(28·대학생)
“공항 리무진 버스가 비싸긴 해도 편해요.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입국할 땐 빈 가방을 들고 공항철도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출국할 땐 쇼핑 후 가득 채워 무거워진 캐리어를 들고 명동, 동대문 일대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에 온답니다.” ―원진우 씨(59·공항리무진 직원)
특이한 체험
“가슴이 답답할 때면 인천공항에 놀러가요. 비행기들만 봐도 기분 전환이 되고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의 들뜬 표정을 보면 같이 설레기도 하죠. 공항 리무진을 타고 왕복으로 오가면 2만 원 넘게 돈이 들지만 그래도 값진 나들이랍니다.” ―박모 씨(29·대학원생)
“터번을 쓴 한 이슬람교도가 게이트에서 일본행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메카 방향을 찾아 절을 하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인천공항 탑승동 4층에 종교인들을 위한 기도실이 있대요. 기독교인 불교인 천주교인 이슬람인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본 그분은 기도실까지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나 봐요.” ―최수연 씨(31·주부)
이렇게 편해졌어요
“여권이랑 신분증만 가지고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면 5분 내로 자동출입국 심사서비스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어요. 출입국 심사 대기 줄이 길 때도 전용 통로로 가서 여권에 붙은 출입증을 찍기만 하면 되니 정말 편해요. ―송지현 씨(31·회사원)
“둘째를 임신 중이에요. 결혼기념일 겸해서 태교여행 떠나요. 임신부라 패스트트랙을 이용해요. 출국수속 할 때도 태아를 위해 X선 촬영 대신 손으로 검사한대요. 탑승 전 미리 항공사 고객센터에 신청해 수면 양말, 입덧 진정차 등 기내 편의용품 키트도 받았답니다.” ―박미령 씨(43·아트디렉터)
“다음 주 영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테러나 기상악화 등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지만 안전사고는 문제예요. 올해도 인천공항에서 관제시스템이 오작동해 비행기 활주로 오진입 사고가 있었고 청주공항에선 활주로 유도등이 꺼져 비행기가 다시 이륙하기도 했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그런 얘길 들으면 불안감이 밀려올 수밖에요.” ―최진우 씨(65)
“국내 지방공항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항공편수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항 크기에 비해 비행기 수요 자체가 많지 않거든요. 건설비,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 수밖에 없죠. 수요 진작을 위해 활로를 모색한 것 중 하나가 저가항공이고요.” ―최막중 씨(56·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면세점 ‘갑질’ 횡포 여전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울릉도에도 공항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섬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일이 쉽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어요. 공사비가 생각보다 높게 책정돼 시공사들의 부담도 큽니다.” ―최막중 씨
“올해 1월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인천공항을 탈출한 사고는 안일한 보안의식이 빚어낸 결과였죠. 첨단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안경비요원들의 처우 개선, 보안 전문성을 키워줄 수 있는 대책 등이 필요합니다.” ―이창무 씨(54·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공항 면세점은 임대료가 높아 수익성이 시내 면세점보다 좋지 않습니다. 최근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도 두 번이나 무산됐다 임대료를 낮춘 뒤 재입찰을 진행했고, 김포공항도 세 번이나 유찰됐다 다시 입찰을 시도 중이죠. 인천공항 면세점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일단 입점만 하면 홍보 효과가 엄청나고 방문객 매출량이 일정 부분 보장돼 입점 경쟁이 매번 치열합니다. 그러면 임대료는 더욱 오르고 면세점 대기업들은 상품 판매 수수료를 더 올려 중소 입점업체에 부담을 떠넘기죠.” ―오정근 씨(65·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