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정부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다. 2005년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운 이후 5년마다 계획을 수립해 올해 3차에 접어들었다. 보육비도 주고 육아휴직도 장려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기 편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애를 많이 썼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지금까지 투여한 돈만 100조 원에 달한다.
기자는 저출산의 이유가 ‘여자 머리에 먹물이 들어가서’라고 생각한다. 다들 답은 알고 있지만 욕먹을까 봐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원인을 열심히 찾는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력 단절을 우려한 워킹맘이 낳지 않아서, 아버지가 일찍 귀가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경쟁 구조를 들기도 한다. 물론 경제적 이유도 크다.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돈을 올려놓아도 결과가 탐탁지 않았다.
늘 두 발에 타이어를 묶고 뛰는 기분이 든다. 똑같이 일하고 들어와도 남자는 가정을 위해 헌신하느라 고생한 사람이 되고 여자는 “왜 이제야 들어 오느냐”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투잡’ 뛰는 기분으로 3, 4년을 지내다 보면 둘째 출산은 접는다. 알파걸들의 어두운 얼굴은 여자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학습효과를 준다.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말자고….
최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 출산을 권유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여성 60%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히 고민해 보기를 권유한다’가 50%, ‘말린다’도 10%에 달했다.
아직 모성(母性)의 신화를 믿고 있는 사람들은 “엄마 되기가 원래 힘들다”, “아이들은 절로 크기 때문에 조금만 참으면 된다” 하고 설득한다. 애 안 낳는 여자들을 이기적이라고 질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희생이 아닌 ‘나의 행복’을 찾는 여성의 각성을 더는 막을 수 없다. 엄마도 생선의 좋은 부분을 먹고 싶고 피곤할 땐 자고 싶다.
남녀를 편 갈라 누가 더 잘하느냐, 누가 더 힘드냐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자가 변했다는 사실을 계속 외면한 채 출산을 장려하는 현재의 정부 정책이 과연 괜찮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에는 가임 여성 한 명당 1.5명, 2045년에는 2.1명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심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공허한 기대치일 뿐이다. 출산 장려에 플랜B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