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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의 트렌드 읽기]돈(錢)에 좌우되는 한국인의 즐거움

입력 | 2016-05-27 03:00:00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무엇이 한국인들의 즐거움을 가로막고 있을까. 패션 신발 전문 제조업체인 크록스가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회사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등 6개국에서 즐거움의 장애물을 물었다. 그 결과 ‘즐거운 활동에 쓸 여윳돈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중국인들은 집안일, 직장 일, 아이 돌보기 때문에 즐거움을 누릴 여유가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가사와 아이 스트레스는 중국이 한국보다 더 심했다. 즐거움을 못 느끼게 하는 장애물이 적게 나타난 나라는 독일이다.

‘즐거워지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에서도 한국(61%)은 중국(54%), 일본(46%), 미국(39%), 독일(18%)을 압도했다. 한국인은 즐거움을 느끼는 데 돈에 더 의존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행복은 ‘돈 많은 순(順)’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 유엔이 발표한 2015년 세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58위로, 아시아권에서도 태국(33위)과 말레이시아(47위)는 물론 카자흐스탄(54위)보다 더 낮다. 한국 경제는 줄곧 성장해 왔는데 행복지수는 2013년 41위, 2014년 47위에 이어 하강 곡선을 그렸다.

크록스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 92%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대답했다. 한국인의 스트레스 체감도는 6개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1주일 중 며칠간 즐겁지 않은지 물어봤다. 한국인은 평균 3.1일이 전혀 즐겁지 않다고 답해 독일인의 거의 두 배다.

그래서 즐거움을 더 많이 기대한다. 한국 응답자의 86%가 더 많은 즐거움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독일(50%), 미국(68%)에 비해 현저히 높다. 과도한 금전 의존도 문제지만 즐거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쉽게 만족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한국인은 ‘어떻게 해야 즐거워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다. 욕망 조절 못지않게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과 통로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