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현 이세 시의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최고의 신사다. 이른바 ‘3종의 신기(神器)’ 중 하나인 거울이 보관돼 있다. 후지 산과 함께 일본인이면 누구나 죽기 전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에 등장하는 곳이다. ‘보수 세력의 성지(聖地)’라고 하지만 매년 연인원 600만∼1000만 명이 참배할 만큼 보통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국가신도 체제를 도입해 이세신궁을 신사의 정점으로 자리 잡게 했다. 도쿄의 메이지신궁, 야스쿠니신사와 함께 침략전쟁 과정에서 ‘천황(일왕)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있던 조선신궁도 아마테라스와 메이지 일왕을 기리는 신사였다. 일본의 패전 후 정교(政敎)분리 원칙에 따라 국가신도는 폐지됐지만 이세신궁은 매년 초 총리의 참배가 관례로 정착됐을 만큼 ‘일본 혼(魂)’을 상징하는 곳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