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황교안 총리 “도 넘은 행정부 감시법안”… 19代 임기 이틀 남기고 거부권 與 “19代계류법안 자동폐기 당연”… 野 “재의결 시간 빼앗긴 특수상황” 운영룰 문제… 결국 여야가 풀어야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신뢰에 금이 가는 행동을 하고 있다.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20대 총선을 통해 국민은 협치(協治)하라는 지상명령을 내렸다. 어떤 이유로도 협치의 개념을 훼손해선 안 된다.”(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가 협치의 첫 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급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 청문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국회 원 구성 협상부터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물 건너간 협치, 정국 ‘먹구름’
黃총리, 임시국무회의서 거부권 의결 황교안 국무총리(왼쪽)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의결하고 있다.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곧바로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긴급 원내대표단 간담회를 소집했다. 당초 국회 개원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던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19대 (국회) 일은 19대에 끝내는 것이 순리”라며 “20대 국회가 처음부터 충돌하면서 시작하는 부담을 정부가 덜어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입법부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상시 청문회법의 위헌성을 거론하는 등 강하게 국회를 비판해 ‘장외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정상적인 감시, 견제 수준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고 재의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제정부 법제처장도 이후 브리핑을 통해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중, 삼중의 행정부와 사법부 등에 대한 통제수단”이라고 말했다.
○ 향후 ‘상시 청문회법’의 운명은
鄭의장 “헌법에 명시된 국회권한 침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개원 68주년 기념식에서 ‘입법부는 특정한 국정 사안에 대하여 감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61조를 펼쳐 보이며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청와대를 비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 김도읍 수석원내부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은 다시 ‘계류 중인 법안’이 됐다”며 “헌법 51조에 의해 계류 중인 법안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대로 폐기된다”고 말했다. 야권이 상시 청문회법을 재의결하려면 20대 국회에서 발의 절차부터 다시 밟으라는 얘기다.
반면 야권은 일제히 “20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19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국회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별도의 발의 없이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려 향후 법적 논란은 확산될 수 있다. 윤강욱 법제처 대변인은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 운영 룰(규칙)인 만큼 마땅한 ‘최종 심판자’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여야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정치 공방만 벌일 공산이 크다.
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