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 방문]17분간 ‘핵없는 세상’ 호소
“71년 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아침,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졌다. 그리고 세상은 바뀌었다. 섬광과 불길이 도시를 파괴했고, 인류는 스스로를 파괴할 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7일 오후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17분 동안 감동적인 연설을 이어 나갔다. 평화공원 방명록에 “우리는 전쟁의 고통을 알아왔다. 이제 평화를 확산시키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 함께 용기를 찾아나가자”며 ‘핵 없는 세상’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피폭자를 뜻하는 ‘히바큐샤’라는 일본어를 쓰는 등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자리에는 쓰보이 스나오(坪井直·91)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위원 등 원폭 피해 일본인 10명도 초청됐다.
위령비에 헌화하고 연설을 마친 그는 초청받은 원폭 피해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 정상은 위령비를 지나 북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인 위령비는 북서쪽. 하지만 이들은 동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눈앞에 원폭돔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중 온 검은 차에 올라탄 것은 자료관 도착으로부터 40여 분 뒤였다.
히로시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