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친환경 공법이 적용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내년 12월 문을 연다. 동아일보DB
박용 경제부 차장
ADPi는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공항 전문가들은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항,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 공항 등 세계 100여 개 공항 설계에 참여한 전문 기업이다. 모기업은 프랑스 파리의 오를리, 샤를 드골, 르부르제 공항 등을 운영하는 파리공항공단(ADP)이다.
ADP는 ‘2020년 매출액 3조 원’을 경영목표로 제시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눈여겨봐야 할 회사다.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50.6%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 프랑스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29억1600만 유로(약 3조8500억 원)로 같은 기간 인천공항공사 사업수입(1조8401억 원)의 갑절이 넘는다. 여러 공항을 운영하며 일찌감치 유통, 부동산 개발, 해외 공항개발 사업에 진출한 게 비결이다.
세계시장에는 ADP 외에도 공항건설에서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터키의 TAV, 공항과 주변 도시를 복합 개발하는 ‘에어시티’ 개념을 최초로 선보인 네덜란드의 스히폴그룹,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서비스 경쟁력을 보유한 싱가포르 창이 공항, 가까운 일본의 하네다 공항터미널 등 쟁쟁한 상대가 즐비하다. 인천공항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공항 입찰에서 공항 건설 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공항 운영에서 모자란 수익을 챙기는 방식의 입찰전략을 들고 나온 TAV에 밀려 탈락했다. 인천공항에는 버거운 상대들임에 틀림없다.
인천공항은 2009년 이라크 아르빌 공항 운영지원 사업을 따내며 해외 공항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선진국에 비해 수십 년이 뒤처진 것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1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서비스 경쟁력을 갈고 닦기만 했지, 우물 밖으로 나가 파이를 키울 생각을 안 한 것이다. 잘하는 것만 반복하는 ‘1등의 덫’에 빠진 것이다. 출발이 늦다 보니 약 6년간 누적 해외 수주금액은 9200만 달러(12개국 25개 사업)로 ADP의 1년 해외 사업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업 영역도 러시아 하바롭스크 공항 지분 투자를 빼면 공항 입지 선정, 운영 지원 등과 같은 컨설팅 사업 일색이다. 공기업이어서 유리한 점도 많지만 불리한 것도 있다. 300억 원 이상 투자하려면 6개월에서 최대 3년이 걸리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입찰은 물 건너간다. 공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예타를 피하려고 참여지분을 300억 원 밑으로 떨어뜨리는 ‘사업 쪼개기’를 하는 이유다.
올해로 개항 15년을 맞은 인천공항이 해외시장에서 실력을 입증 받아야 할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과 인천공항이 쌓아온 서비스 경쟁력을 잘만 버무린다면 해외시장에서 날아오르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해외 공항 운영까지 따내면 수십 년간 공항 사용료 수입을 꼬박꼬박 벌 수 있고, 국내 식음료나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도울 수 있다.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서비스 1위 지속’이라는 경영목표를 세우고 기록 연장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정부도 약속한 대로 예타 절차 개선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한국에 철강이나 조선, 전자 제품 외에도 아직 수출할 게 많다는 것을 인천공항이 실력으로 입증하고 새 기록을 써내려갔으면 한다.
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