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거꾸로 가는 해외자원개발]
한국이 해외자원개발을 처음 시작한 건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부터다.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한 가운데, 특히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해외자원개발에 사활을 거는 계기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해외투자는 크게 위축됐다가 2000년대 노무현 정부 들어 다시 해외자원개발이 추진됐다. 하지만 가장 본격적으로 나선 건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출범 초기인 2008년 6월부터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며 “재임 시절 해외자원에 투자한 금액은 26조 원으로 투자 대비 총회수율은 114.8%(30조 원)에 이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따른 수조 원대의 손실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평가받는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은 전체 5개 광구 중 3곳에서 탐사에 실패하거나 탐사권 만료로 철수해 투자비용(1조5500억 원)의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광물자원공사는 2조6000억 원을 투자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에서 448억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석유공사가 수조 원대에 인수한 캐나다 하비스트(3조7000억 원)와 영국 다나(3조3000억 원)에서도 각각 1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봤다.
무리한 사업을 벌인 이명박 정부 실세와 ‘낙하산’ 기관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뤄졌다. 자원외교 특사였던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고 각종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해 무리한 투자로 국고 손실을 입힌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광물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 등 윗선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