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판매 책임 조사 허위광고 가담 옥시 연구소장 구속… 실험조작 혐의 호서대교수도 소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65)와 이승한 전 홈플러스 대표(70)를 이번 주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이어 두 제조업체의 살균제 판매 및 피해 발생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먼저 노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업무상 과실치사 및 치상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노 전 대표는 2004년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출시 당시 영업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대표에 올랐다. 박모 전 상품부문장 등 롯데마트 부문장급까지 소환조사를 마친 수사팀은 본부장 이상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 전 대표의 조사 결과에 따라 2003∼2007년 롯데마트 사업본부장, 부사장, 대표를 지낸 이철우 전 대표(73) 역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홈플러스는 현재 팀장급까지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본부장과 부사장급 이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검찰의 최종 수사대상은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1997년 홈플러스의 전신인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뒤 1999년 테스코와 삼성의 합작회사인 홈플러스의 대표를 맡아 14년 동안 이끌었다.
검찰은 28일 옥시가 자사의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 하는 데 적극 가담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옥시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조모 씨를 구속했다. 제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는데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책임이 일부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도 적용됐다. 조 씨가 구속되면서 제품개발 단계를 넘어 2005년 이후 옥시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를 밝히는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옥시가 이 시기에 제품의 안전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도 실행하지 않은 배경에 조 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속된 조 씨의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존 리 전 대표의 재소환 여부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옥시의 요청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가 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 실험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호서대 유모 교수도 이르면 이번 주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실험 환경을 왜곡 조작해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지적한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의 대가로 4400만 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