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000년 전 구석기 시대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에서 미술의 황금기가 펼쳐졌다. 선사학에선 마들렌 문화라고 부른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라스코 동굴 벽화가, 스페인 북부에서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가장 유명하다. 구석기시대 화가는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신석기시대 농사꾼에겐 더 이상 사냥꾼의 예리한 감각은 필요치 않았다. 구석기인의 재현 능력은 신석기시대에 들어와 사라지고 근대 인상주의에 와서야 비로소 완전히 회복된다.
▷라스코 동굴 벽화가 경기도 광명동굴에 전시되고 있다. 한국에 온 것은 ‘라스코3’다. 라스코3는 라스코2가 미처 복제하지 못한 부분을 복제했다. 진짜 라스코를 볼 수 있었던 때도 폐쇄돼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동굴의 깊숙한 부분이 있었다. 그곳에 ‘헤엄쳐 강을 건너는 다섯 마리 사슴’과 ‘들소 앞에 넘어진 새 얼굴을 한 사람’을 그린 유명한 벽화가 있고 그것을 라스코3가 복제한 것이다. 라스코2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라스코3가 국제 전시용으로 쓰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