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회생의 첫 번째 관문인 용선료 인하 협상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다만 각 선주들과 인하율 등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가 남아 있어 금주 후반이 돼야 최종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0일 “그동안 해외 선주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용선료 조정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밝혔다. 산은은 특히 컨테이너선 선주들과의 협상에 대해 “해외 선주 5곳과의 협상에서 모두 매우 의미 있는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이 지불하는 전체 용선료 가운데 영국의 ‘조디악’을 포함한 컨테이너선 선주 5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들과의 협상이 전체 용선료 인하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나머지 17개 벌크선 선주들에게는 최종 제안을 보낸 상태며, 이들은 대체로 컨테이너 선주들과의 협상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0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공동 핀테크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국 컨테이너 선사들과 기본적 방향에 대해 합의를 했고 세부적인 조건을 논의 중”이라며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어 “협상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용선료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임 위원장이 이날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같은 용선료 협상 진행상황을 들고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30일을 잠정적 협상 데드라인으로 삼은 것도 사채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로 용선료 인하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상선이 내놓은 채무 재조정안은 회사채의 50% 이상을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물량은 2년 거치 3년 분할 조건으로 상환하는 방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채권단과 해외 선주들이 고통 분담에 동참할 뜻을 밝힌 만큼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SPP조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SPP조선 채권단도 이날 회의를 열어 SPP조선을 법정관리로 보내지 않고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SPP조선은 당초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인수하기로 했지만 채권단과 SM그룹 간에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근 협상이 결렬됐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