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님은 ‘무적함대(스페인)’와 당당하게 ‘맞짱’을 뜨고 싶어 하신다.”
손흥민(토트넘)의 와일드카드 선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과 만났던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스페인과 맞붙는 슈틸리케 감독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신 감독은 “최상의 전력을 꾸려 평가전에 나서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가 워낙 강해 손흥민을 국가대표팀에 양보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호는 지난해 1월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이후 15경기 연속 무패(12승 3무·쿠웨이트전 몰수승 제외) 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력이 약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낸 성적이어서 기록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스페인(한국 54위)과의 맞대결을 대표팀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단순한 스파링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이 스페인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전에 나서는 스페인은 2016 유럽축구선수권 본선에 대비해 ‘신구 조화’를 실험 중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른 레알 마드리드(레알)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 선수들이 빠졌지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시티),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등 스타 미드필더들이 건재하다. 30일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FIFA랭킹 20위)와의 평가전에서는 8명의 선수를 A매치에 데뷔시키는 등 정예 멤버를 쓰지 않고도 3-1로 이겼다. 10경기 연속 무패(8승 2무)의 상승세를 이어간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베테랑과 신예 모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 차이가 느껴지지 않도록 우리의 축구철학과 정신력을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팀의 뿌리로 생각하고 있는 유럽파와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강한 의욕을 조화시키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손흥민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석현준(FC포르투) 등 유럽 무대에서 스페인 선수들과 맞붙은 경험이 있는 유럽파가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통상 60% 이상의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는 스페인을 상대로 대표팀이 볼을 빼앗은 뒤 날카로운 역습으로 이어갈 수 있을 지가 평가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용(상주), 윤석영(찰턴 애슬레틱) 등 공백을 깨고 대표팀에 복귀한 측면 수비수들이 실바 등 개인기가 뛰어난 스페인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