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파행 우려
올해 초 임시방편으로 막아 놓은 보육대란이 다시 불거질 위기다. 6월부터 서울과 전남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이 모두 바닥나면서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확보되지 않은 10개 시도의 보육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30일 개원한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달리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의 몫으로 돌리려는 야당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야-정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보육대란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예산 편성 예정 금액까지 합쳐도 부족 30일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편성됐거나 해당 교육청이 전액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곳은 7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예산이 안정적으로 전액 편성된 곳은 대구, 울산, 충남뿐이다.
10개 시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일부만 편성하거나, 어린이집 예산이 한 푼도 확보되지 않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서울과 전남은 당장 6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예산이 한 푼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 두 지역은 모두 당초 교육청이 유치원 예산만 전액 편성했다가 시도의회와의 줄다리기 끝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각각 일부(서울 4.8개월, 전남 5개월)만 편성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곳. 서울 및 전남 교육청은 “추경을 통해 유치원 예산은 추가로 확보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회와의 이견 때문에 언제 예산이 확보될지 불투명하다.
반면 어린이집의 경우 상당수 교육청이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 예산이 없는 광주 경기 강원 전북 제주 지역에서는 정규 보육료는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복지정보원과 연계된 신용카드사가 우선 대납하고 있고, 방과후과정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끌어다 쓰는 편법 충당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청들이 이미 밝힌 편성 계획을 모두 이행한다고 해도 여전히 돈은 부족하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각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 및 편성 예정인 금액을 모두 합쳐도 누리과정 총 소요액(4조130억 원)의 67.2%(2조6976억 원)에 그친다.
○ 하반기에도 갈등 풀기 어려워 상당수 교육청은 하반기에 추경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현안 3대 법안’ 중 하나로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는 지방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 19대 국회에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을 추진했던 것과 정면충돌하는 내용이다. 국민의당 역시 누리과정의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