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여성 학예연구사 3명 구슬땀
인천시립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문화재 보존 처리를 맡고 있는 이현진 허윤현 이한나 학예연구사(왼쪽부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람 앞에 놓인 토기 파편은 2010년 인천 강화도에서 출토된 것으로 앞으로 복원을 거쳐 수장고에 보관할 예정이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지난달 27일 인천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 지하의 보존과학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알코올 등 각종 약품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늘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허윤현 학예연구사(38·여)가 연마제를 사용해 고려∼조선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은입사향로(靑銅銀入絲香爐)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다. 이 향로는 지난해 11월까지 남구 송암미술관에 전시돼 있었다. 그러나 표면에 심한 녹이 끼고 이물질이 붙어 시커멓게 변색되면서 외형에 새겨진 연꽃 문양 등이 보이지 않게 되자 보존과학실에 맡겨졌다.
향로 보존처리를 맡게 된 허 연구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4시간 이상 금속현미경으로 향로를 들여다보며 미세한 녹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왔다. 6개월 만인 최근 외형을 말끔하게 복원해냈다. 그는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전시공간에서 마주하는 유물의 상당수는 이런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평소엔 시립박물관 전시실과 수장고(收藏庫)에 보관된 1만여 점의 유물을 본모습대로 보존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듯이 유물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열어 보존처리에 나선다. 유물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전시실과 수장고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해충의 유입 등을 차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과 검단선사박물관, 송암미술관 등 4개 분관이 소장한 유물에 대한 보존처리 작업도 한다.
또 시립박물관이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이나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도 이들의 손길을 거쳐 전시된다. 일단 유물이 기증되면 예비조사를 실시한 뒤 이물질 제거→탈염 처리→건조→강화 처리→접합 및 복원 등 과학적인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전시실에 전시하거나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재 보존과학실에 있는 시설은 X선 촬영기와 금속현미경 등에 불과해 금속과 토기, 도자기과 같은 유물만 다루고 있다. 유물의 조직이나 성분을 분석하는 시설이 없다보니 종이나 나무, 섬유 등은 전문 기관이나 사설업체에 의뢰하고 있다. 허 연구사는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 망가져 ‘불치병 환자’나 다름없었던 유물들이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