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읽는 순간 알았다.”
‘채식주의자’를 봤을 때 ‘감’이 왔느냐고 묻자 맥스 포터 씨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영국 포르토벨로출판사의 편집자다. 한강 씨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맡아 편집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데 대해 “독자들에게 호소력이 있으리라 기대했으며 수상은 그 기대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최근 포터 씨와 e메일로 만났다. 그는 편집자이자 소설가다. 한 씨가 맨부커상을 타기 사흘 전 그도 자신의 소설로 딜런토머스상을 탔다. 겹경사인 셈이다. 그가 편집한 한 씨의 또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선 “내겐 더욱 놀랍고도 감동적인 작품이었다”면서 “대단히 중요한 문학적 사건”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한 씨의 새 소설 ‘흰’을 내년에 번역 출간하리라는 것,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가 배수아 씨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는데 읽어보고 싶다는 것 등의 얘기도 전해왔다.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감각적인 영문판 표지에 대해선 “표지는 작품에 대한 해석이기도 한데, 이렇게 표현한 데 대해 한 씨도 놀라워하더라”라고 밝혔다.
한 씨 작품의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KL매니지먼트가 영미권 에이전트인 지트워 씨를 통해 영국 포르토벨로출판사와 접촉할 수 있었던 게 ‘채식주의자’ 영국 출판의 계기가 됐다. 잘 알려진 데버러 스미스 씨의 번역에 에이전시들의 노력, 영국 주요 출판사의 편집과 마케팅 등이 더해지면서 ‘채식주의자’는 현지에서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한 씨 역시 귀국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일(한국 작가가 해외 문학상을 수상하는 일)은 앞으로 너무나 많아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번역자, 편집자, 에이전시들이 한국 문학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씨의 ‘예언’이 머지않은 시기에 실현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