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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우리가 찾겠다,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입력 | 2016-06-01 03:00:00

리우서 명예회복 다짐 태권도대표팀… 런던대회선 금1, 은1 기대 못미쳐
이대훈-김태훈, 그랜드슬램 도전… 차동민은 8년만의 정상 복귀 노려
첫출전 오혜리-김소희도 메달 기대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5남매가 지난달 30일 서울 태릉선수촌 개선관에서 발차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동민, 오혜리, 김소희, 김태훈, 이대훈.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올림픽 태권도에는 남녀 4개씩 모두 8개 체급이 있다. 하지만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까지는 국가당 남녀 두 체급씩, 최대 4개 체급만 출전할 수 있었다. 특정 국가의 메달 독식을 막기 위해서다. 말이 특정 국가이지 사실상 종주국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은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세 개 대회 연속 4개의 메달을 땄다. 올림픽에 나가기만 하면 최소한 동메달은 목에 걸고 돌아왔다는 얘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남녀 대표팀 4명 전원이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런던 대회 때 한국은 2개의 메달(금 1개, 은 1개)에 그쳤다.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런던 올림픽 태권도에서는 금메달을 2개 이상 가져간 나라가 없다. 8개의 금메달을 8개 나라가 나눠 가졌다. 그만큼 평준화됐다는 의미다. 박종만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 나가 보면 유럽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과 키는 비슷해도 다리 길이는 한 뼘씩 더 길다”며 “이런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갈수록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4년 전 런던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 태권도가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종주국의 명예 회복을 노린다. 리우 올림픽에는 역대 가장 많은 5명의 태권 남매가 출전한다. 이번 올림픽부터는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태권도연맹(WTF) 랭킹에 따라 한 국가가 8개 모든 체급에 선수를 출전시킬 수도 있게 됐다.

○ 그랜드슬램 도전하는 ‘양 훈’


이대훈(24)과 김태훈(22)은 리우 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둘 다 아시아경기와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정상을 경험했다. 올림픽 정상만 밟으면 그랜드슬램이다. 68kg급 올림픽 랭킹 1위 이대훈은 4년 전 런던에서 은메달에 그쳐 그랜드슬램 기회를 놓쳤다. 지나친 감량이 발목을 잡았다. 세계선수권을 포함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주로 63kg급으로 뛰었던 이대훈은 런던 올림픽 때 58kg급에 출전했다. 세계선수권에는 8개 체급이 있다. 하지만 올림픽에는 4개 체급뿐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에서는 평소보다 체급을 내리거나 올려 출전해야 한다. 이대훈은 “런던에서는 기술이나 체력 관리보다는 체중 맞추기에 급급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경기를 하다 보니 결승에서는 힘이 빠져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에서 68kg급에 나서기로 한 이대훈은 감량의 부담 없이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 2분, 3회전 경기에서 6분 내내 발차기를 해도 지치지 않을 정도가 됐다. 팔과 상체 근력도 탄탄해졌다. 1년 전에는 한 개도 못했던 턱걸이를 지금은 12개를 한다.

58kg급 올림픽 랭킹 2위 김태훈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다. 2013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김태훈은 2014년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아경기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최근 국제대회만 놓고 보면 대표팀 5남매 중 막내인 김태훈의 기세가 가장 좋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다.

○ 2전 3기 오혜리, 새 출발 차동민

여자 67kg급의 오혜리(28)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다. 태권도에서 여자 선수들의 전성기가 대개 24∼26세인 점을 감안하면 늦은 편이다. 오혜리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67kg급 올림픽 랭킹 4위이지만 아시아경기에도 출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오혜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했다. 그래서 박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오혜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세 번째 만에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은 오혜리는 “올림픽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미안한 마음이 가장 많이 들 것 같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다”며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했다.

여자 49kg급의 김소희(22) 역시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다. 2011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하고 2014년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는 경량급 국내 최강자다. 김소희는 우징위(중국)를 넘어야 한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우징위는 49kg급 올림픽 랭킹 1위다. 김소희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 택이 역을 맡았던 박보검이 응원해 준다면 힘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하는 맏이 차동민(30)은 80kg 초과급에서 8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린다.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차동민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8강에서 탈락해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당시 차동민의 탈락으로 한국 남자 태권도는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던 80kg 초과급에서 금맥이 끊겼었다. 차동민은 “리우 올림픽은 나에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며 4년 전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