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의 중심국’ 케냐에 건설되는 4억3000만 달러(약 5100억 원) 규모의 지열(地熱)발전소 수주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추진된다. 80만㎡(약 24만 평) 규모의 한국형 산업단지도 케냐에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 시간)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 및 개발 협력, 북핵 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대통령이 케냐를 방문한 것은 34년 만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2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전력·원자력 MOU를 맺고 지열 및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4년에도 한국 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케냐 지열발전소 건설을 수주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이 케냐에 해안 경비정 10대(2000만 달러) 수출을 추진하고, 한국의 카이스트를 모델로 한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을 한국 측이 지원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중장기 발전 전략을 실행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한국이 케냐 ‘비전 2030’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인재 양성, 정보통신기술(ICT) 및 기술협력 등을 중심으로 케냐와의 개발협력을 강화해 케냐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제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줄 것을 케냐에 요청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러한 도발행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케냐 초대 대통령이자 케냐타 현 대통령의 부친인 조모 케냐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조모 케냐타 전 대통령은 1964년 2월 박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과 수교를 맺었다. 두 전 대통령의 자녀가 수교 52년 만에 양국의 대통령으로 만나 회담을 가짐으로써 선친들의 외교 노력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케냐타 대통령은 회담에서 “개인적으로 과거 양 선친 간이 긴밀한 관계로 인해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이 더욱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 손으로는 소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의 케냐 속담을 인용한 뒤 “두 나라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력해 나갈 여지가 많다”며 “대한민국은 케냐의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케냐의 발전 과정에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나이로비=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