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정성희]뚱뚱한 제주

입력 | 2016-06-01 03:00:00


청정한 공기와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이고 올레길이 있는 제주. 상상만 해도 건강한 삶을 누릴 것 같은데 이런 천혜의 환경에 사는 제주도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한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제주 주민의 허리둘레가 81.8cm로 전국에서 가장 굵었다. 가장 날씬한 광주(79.9cm)보다 1.9cm 굵었고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도 24.3으로 제일 높았다. 가히 ‘뚱보도(島)’라 할 만하다.

▷제주도는 맞벌이 비중이 61.5%로 전국 최고다. 부모의 보살핌 없이 자녀들끼리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때우게 된다는 것이 연구팀이 분석한 비만의 이유다. 섬 지역의 특성상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적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에는 버스가 없으면 걸었지만 지금은 가까운 거리도 손쉽게 승용차로 이동한다.

▷섬사람이라고 모두 뚱뚱한 것은 아니다. 하와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콜로라도에 이어 비만도가 가장 낮다. 반면 일본 오키나와는 정반대다. 30년 전만 해도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100세인 비율과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장수마을이었지만 현재는 비만 비율이 본토인의 2배에 이르는 건강 위험 지역이다. 식생활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오키나와 사람들은 생선, 콩, 미역, 야채를 많이 먹었지만 미군이 주둔하면서 패스트푸드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일본 최초의 맥도널드 체인이 들어선 곳도 오키나와다.

▷한국에선 울산, 대구, 광주 순으로 초고도 비만 비율이 낮았다. 미국은 뉴요커가 다른 지역 주민보다 날씬하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에서는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들도 맨해튼 빌딩 숲을 차 없이 걷고 또 걷는다.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환경이라고 해도 건강의 핵심은 식생활과 운동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뚱보섬의 오명을 벗기 위해 살 빼기와 걷기 프로젝트를 들고나와야 할 것 같다. 이미 오키나와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