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소 고문이 개발한 국어 교육 콘텐츠〈월간 김봉소〉.
김봉소는 여느 스타 강사와는 사뭇 다르다. 그의 힘은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한 쇼맨십이 아니라 직접 개발한 차별화된 콘텐츠에 있다. 제자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좋은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김봉소. 그는 오늘도 공부 중이다.
농부가 계절에 따라 작물이 피고 지는 이치를 알아가는 것도 공부고, 화가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회심의 걸작을 추구하는 것도 공부다. 이감국어교육연구소 김봉소(51) 고문은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살아온 20여 년 동안 학생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스승이 제자를 만나 가르침의 도를 깨달아가는 것도 공부니까, 지금껏 그가 해온 일도 결국 공부인 셈이다.
오랜 시간 공부에 매진해온 결과일까.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참 다양하다. 이감국어교육연구소 고문, 대치동 국어 1타강사, 수능 국어 콘텐츠 개발자, 수능 족집게…. 여기에 눈만 뜨면 자신도 모르게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일만 생각한다고 해서 붙여진 ‘지독한 일벌레’란 수식어도 추가해야겠다. 국어 교육 콘텐츠가 양적, 질적으로 풍부해져야 국어 학습은 물론 한국어 교육이 진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지금껏 달려왔다.
“국어 교육 콘텐츠는 다른 언어에 비해 빈약한 편이에요. 물론 기존에 소설이나 시 등의 문학과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비문학 분야에 걸쳐 텍스트는 많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읽고 국어 공부를 할 순 없잖아요. 내용적으로 인류 문화가 쌓아온 성과를 정확하게 담아내면서, 형식적으로도 정확하고 풍부한 문장과 어법으로 담아낸 교육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 개발이 민간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감국어교육연구소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죠.”
김봉소 고문은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공부 습관을 파악해 그에 맞는 활용법을 가르쳐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가운데서도 학생들과의 상담을 계속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학생들이 풀어온 시험지만 봐도 8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이미지가 그려져요. 수없이 많은 아이들과 상담을 통해 교감하면서 생긴 묘한 재주라고 할 수 있죠.”
콘텐츠 개발과 평가로 국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김봉소 고문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 휴일까지 반납한 채 일에 매달릴 수 있는 건, 그들의 삶과 성공에 공헌함으로써 얻는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제자들을 향한 순수한 애정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제자들은 마치 ‘애인(愛人)’과 같은 존재다. 수많은 애인들(?)이 그가 애정을 담아 만든 콘텐츠로 공부하며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그중엔 연구소에서 그의 일을 돕는 직원도 있고, 동네 단골 치과 의사도 있다.
“가끔씩 텅 빈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생각하곤 해요.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한창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 그 1년을 함께 보내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큰 것 같아요. 저를 믿고 있는 아이들에게 항상 자신 있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죠. 아이들에게 저라는 존재 자체가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 고문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가르치는 일 외에 기업가로서의 비전도 가지고 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가 공인 인증을 받은 이감국어교육연구소를 통해 국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청사진.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콘텐츠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평가 프로그램 구축이다.
“평가 영역도 교육에 있어 일정한 부분을 담당해요. 다른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평가 프로그램이 발달해 있죠. 학생들이 동시에 서로 다른 시험지로 시험을 봐도 점수는 같이 평가가 돼요. 그게 가능한 것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통계학적인 분석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국어 능력도 ‘퍼블릭 테스트’를 통해 진화될 수 있다고 봐요. 국어 퍼블릭 테스트 전문 기관이 되는 것이 하나의 목표죠. 또 하나는 3년 안에 국어 공인인증시험을 론칭하는 건데, 국어의 ETS(토익 주관사)나 칼리지보드(SAT 주관사)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아마 경영자로서는 그게 마지막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요.”
농부든 화가든 선생이든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천착해온 사람은 단순히 기능뿐 아니라 철학도 소유한다. 김 고문이 이 일을 통해 얻은 철학은 국어 교육이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 단순히 만점이나 1등급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을 교양 있는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생명교육이라는 것이다.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임윤정 자유기고가 | 사진 · 홍중식 기자 | 디자인 · 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