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창용이 9년 만에 뮤지컬 ‘알타보이즈’의 에이브라함 역으로 돌아온다. 연극, 영화 등으로 활동범위를 넓혀 온 이창용은 알타보이즈를 통해 그 동안 쌓아온 연기내공을 아낌없이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제공|아츠
■ 데뷔작 ‘알타보이즈’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이창용
마이크 사고로 기억되는 데뷔 무대
언제 또 해보겠냐 조언에 도장 꾹
음향·조명 등 모든 게 업그레이드
사람은 변한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배우 이창용(32)은 후자다. 무대 위 배우로서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 왔지만, ‘사람 이창용’은 그대로다. 데뷔 9년차 배우가 되었어도 그는 여전히 다정하고, 겸손하고, 선량하다. ‘#좋은사람이창용’이란 해시태그라도 달아주고 싶을 정도다.
“토요일이라 하루 두 번 공연이 있었고 난 저녁공연이 데뷔무대였다. 낮 3시에 선배들이 하는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음향실수가 나왔다. ‘내가 할 때도 저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데 …’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도 공연을 하다가 땀 때문에 마이크가 꺼져버렸다.”
잽싸게 핸드 마이크를 한 손에 쥐고 노래를 했지만 문제는 춤이었다. 다른 멤버들과 군무를 춰야 하는데 마이크를 들고 있다는 걸 깜빡 잊고 두 손을 휘두르며 춤을 췄다. 관객들은 노래가 나오다 끊기니 깜짝 놀랄 수밖에. 이창용은 “데뷔 무대는 긴장한 것과 마이크 사고밖에 기억이 안 난다”며 웃었다.
이창용이 맡은 역할은 5명 알타보이즈 멤버 중 ‘긍정보이’로 통하는 에이브라함이다. 9년 전에도 같은 역할이었다. 사실은 “이 작품을 안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여행 중이었는데 구소영 연출께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해왔다. 못 하겠다고 했다. 나보다는 좀 어린 친구들이 해야 할 역이니까.”
여행에서 돌아와 우연히 알타보이즈의 음악을 들었다. 듣다 보니 “할까?” 싶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예전 영상을 보았다. “영상을 보는데 예전에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 ‘이건 아니야. 하지 말자’ 했다(웃음).”
● 꽉 막혔던 목소리, 코인 노래방에서 열창하며 풀어
데뷔 이후 이창용에게는 ‘쉬지 않는 이창용’이란 별명이 있었다. 그만큼 끊임없이 작품을 했다. 김준수, 정선아가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뒤에는 영화, 연극으로도 활동범위를 넓혔다. “이제 음반을 내고 드라마에만 나가면 되겠다”고 하자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하며 웃었다.
이창용은 “요즘 음악에 목이 많이 마르다”고 했다. 최근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선배와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면서 자신도 이런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고. 올해 초에는 연극 ‘꽃의 비밀’에 출연했다.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많다보니 목에 무리가 왔다. 가수들 표현으로 치면 노래 소리가 꽉 막혀버렸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코인 노래방. 500원 동전을 넣으면 두 곡을 부를 수 있었다. 노래방에 가서 혼자 열창을 하며 ‘노래 구멍’을 다시 뚫었다.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훨훨 날아갔다.
그 ‘뻥 뚫린 소리’를 이번 알타보이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우들 사이에는 ‘좋은 사람이 꼭 좋은 배우가 되란 법은 없지만, 좋은 배우는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9년 만에 알타보이즈로 돌아온 이창용이 무대에서 이 말을 입증해 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