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산업부장
하지만 이 표현을 함부로 쓰기는 어려운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화웨이가 최근 특허소송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웨이의 지난해 연매출만 608억 달러(약 72조 원)에 이르며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전체 매출의 15.1%로 삼성전자(7.5%)의 배에 이른다. 화웨이는 지난해 특허등록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개혁 개방 이후 펼쳤던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 정책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해외 기업에 중국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흡수한 뒤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전략과 함께 아예 해외 선두 기업을 사들여 첨단 기술과 특허를 갖고 오겠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실적을 추월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중국이 M&A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팅, 나노기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의 특허를 대거 확보하면서 이 분야 세계 특허 출원 1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카피캣(모방꾼)’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까지 최근 드론 관련 첨단 특허 20여 개를 확보하고 드론 시장 장악을 선언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자족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중국 시장에 내놓으려다가 중국 기업의 특허 소송에 두 손을 들고 철수하는 국내 기업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중국발 특허 공세는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가 덩치가 훨씬 큰 중국을 따라 대형 M&A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2004년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을 퇴짜 놓아 기술이 구글로 넘어간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에는 신기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산재해 있다. 또 세계 유수 기업들이 개방하고 있는 기술 가운데 뜻하지 않는 진주를 발굴할 수 있다. 잠재력 있는 기술과 특허를 볼 수 있는 ‘매의 눈’을 기르는 틈새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단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더라도 끊임없이 신산업 분야의 M&A를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런 노력을 포기한다면 중국 제품을 놓고 ‘대륙의 실수’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상황을 우리가 거꾸로 맞을 수도 있다.
박현진 산업부장 witness@donga.com